
[더구루=오소영 기자] 고려아연이 미국 나스닥 상장사인 'The Metals Company(이하 TMC)'에 1000억원 이상 투자해 지분 약 5%를 확보했다. 향후 TMC의 가치가 오를 시 시가보다 낮은 가격에 추가로 매수할 권한도 확보했다. 갈수록 치열해지는 자원 확보 경쟁 속에서 유망한 자원 공급처를 선제적이고 안정적으로 확보하며, 양국 공급망 협력과 경제 안보에도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
고려아연은 16일 미국 나스닥에 상장사 TMC 지분 약 5%(약 1960만 주)를 인수하는 계약을 체결했다고 밝혔다. 계약 전 마지막 날 종가 기준으로 주당 4.34달러, 약 8500만 달러(한화 1165억 원)의 자금을 투입했다. 또한 향후 TMC의 시장 가치와 성장성이 확인될 경우 주식을 추가 매입할 권리를 확보했다.
고려아연은 만기 3년으로 주당 7달러에 총 690만 주(기존 1960만 주에 대해 주당 워런트 0.35주)를 취득할 수 있다는 게 TMC 측의 설명이다. TMC 주가가 20거래일 연속 10달러 이상으로 거래되면 워런트는 자동으로 행사된다. 즉, 고려아연은 시가보다 낮은 7달러를 지불하고, 주당 0.35주를 보너스로 받게 되는 셈이다. 향후 TMC가 추가로 신주를 발행하더라도 고려아연의 지분율을 유지할 수 있도록 하는 조건도 포함됐다.
2011년 설립된 TMC는 심해에서 니켈과 코발트, 동(구리), 망간 등을 함유한 망간단괴(poly‑metallic nodules·폴리메탈릭 노듈) 채광을 추진하는 회사다. 동태평양 CCZ(멕시코 서부 해안)의 심해저 망간단괴 프로젝트에 대한 광업권을 보유하고 있다. 이를 통해 전기차, 재생에너지, 첨단 산업에 쓰이는 핵심 소재들을 확보하고 개발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고려아연은 망간단괴를 안정적으로 조달받아 당사 제련소에 공급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국내외에서 제련하는 등 사업적 연계와 협력도 강화해 나갈 계획이다.
현재 고려아연은 이차전지 자회사 켐코를 통해 오는 2027년 상업 운전을 목표로 올인원 니켈제련소 공사를 진행 중이다. 해당 제련소에서 TMC사로부터 공급받은 원료를 가공하고 완제품을 미국에 판매함으로써 시장을 확장한다. 또한 미국 내 니켈 제련소 건설을 비롯해 시설 투자도 협의해 나갈 예정이다.
이번 협력은 한미 간 자원 안보 협력에 긍정적 영향을 주고, 대한민국 정부의 대미 협상력을 높일 수 있는 요소로 작용할 것으로도 기대된다. 트럼프 행정부는 최근 중국의 자원 독점화를 저지하고 자원 안보를 강화하는 내용의 행정명령에 서명했다. 이에 발맞춰 TMC도 연내에 채광 허가를 취득하며, 공급망 자립화 노력에 기여할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고려아연이 탈중국 공급망의 한 축을 담당하게 됐다는 점에서도 의미가 있다. 중국은 전기차 배터리의 핵심 원료인 니켈은 글로벌 시장에서 최대 생산국으로 자리하고 있다. 2위 생산국인 인도네시아 역시 중국 자본이 개입한 가운데, 이번 협력으로 고려아연과 TMC는 중국이 장악한 이차전지 소재 핵심 광물 공급망으로부터 자유로운 공급망을 구축하게 됐다.
고려아연 측은 "TMC는 세계에서 가장 경쟁력 있는 니켈과 동 생산업체 중 하나가 될 것"이라며 "고려아연과 TMC의 새로운 파트너십은 미국 내 기업과 소비자에 독립적이면서도 신뢰할 수 있는 독보적 니켈 공급망 플랫폼을 제공한다는 점에서도 의미가 있고, 고려아연의 미국 내 입지 강화에도 큰 도움이 될 것으로 예상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