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더구루=오소영 기자] 세방전지의 자회사 세방리튬배터리가 미국과 유럽에 생산시설 건설을 추진한다. 현대자동차그룹의 협력사로 리튬배터리 모듈 시장에서 입지를 다지며 해외로 눈을 돌리고 있다.
싱가포르 경제매체 '월드폴리오'에 따르면 오흥섭 세방리튬배터리 대표는 지난 7일(현지시간) 인터뷰에서 미국·유럽 진출 계획에 대해 "향후 2~3년 안에 신공장을 가동할 것으로 예상한다"고 전했다. 이어 "글로벌 완성차 업체의 주문량과 국내 주요 배터리셀 회사와의 협력 속도에 따라 정확한 일정은 달라질 수 있지만, 해당 기간 내 현지 생산을 시작해야 한다"며 "지역 공급망을 구축함으로써 더 빠른 인도와 긴밀한 운영 지원을 통해 글로벌 고객과 파트너십을 강화하는 것이 목표다"라고 덧붙였다.
세방리튬배터리는 세계 10대 축전지 메이커인 세방전지의 자회사다. 2015년 9월 리튬배터리 시장 진출을 위해 설립됐다. 리튬배터리 모듈 제조를 담당하며 현대차 그룹과도 거래하고 있다.
세방리튬배터리가 해외 공략에 나서는 배경에는 배터리 기술력에 대한 자신감이 깔렸다. 오 대표는 "주력 제품인 12V 리튬배터리 모듈은 현대차·기아 차량에 적용됐으며 현재 모듈 시장에서 점유율 1위를 차지하고 있다"며 "기존 납축전지를 대체할 수 있는 12V 메인 리튬배터리 모듈 개발도 완료했고, 이는 해외 시장 진출 시 경쟁 우위를 가질 수 있는 제품"이라고 설명했다.
오 대표는 비용과 품질, 공급망 어느 하나 뒤처지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배터리셀의 열폭주를 막을 수 있는 독점 기술 보유했다. 탄탄한 기술력을 바탕으로 해외 시장에서도 충분히 경쟁력을 가질 수 있다고 자신했다.
미국의 중국 배제 정책 또한 세방리튬배터리가 해외 거점을 만들려는 이유 중 하나다. 오 대표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 리스크에도 불구하고 미국 시장에 희망이 있다고 봤다. 그는 "중국 파트너와 협력해 온 수많은 미국 기업이 대안을 찾고 있다"며 "이러한 변화는 (한국 기업에) 글로벌 시장에서 입지를 확대할 수 있는 중요한 기회를 제공한다"고 분석했다.
세방리튬배터리는 자동차 산업의 변화에 빠르게 대응하고 있다. 오 대표는 "전기차에 적합한 배터리 솔루션 개발에 막대한 투자를 하고 있다"며 "배터리셀을 직접 생산하지는 않지만, 이를 고성능 배터리팩과 시스템으로 가공하는 분야에서 강점을 가지며 안전성과 비용 효율을 동시에 끌어올리기 위해 지속적으로 노력하고 있다"고 밝혔다.
세방리튬배터리는 소프트웨어 정의 자동차(SDV)로의 진화에 대비해 안정적인 전력 공급원 역할을 할 배터리 모듈도 개발했다. 오 대표는 "차량 주차 시 추가 전력 수요를 지원할 수 있도록 설계된 2세대 배터리 모듈을 선보였다"며 "이 모듈은 차량 상태를 감지해 충·방전을 제어하고, 주차 중 블랙박스에 안정적으로 전력을 공급할 뿐 아니라 원격 진단, OTA(Over-the-Air) 업데이트 같은 필수 기능도 지원한다"고 말했다.
오 대표는 향후 현대차·기아와 협력을 강화하며 글로벌 영토를 확장하겠다는 청사진을 그렸다. 그는 "LVS(Low Voltage System) 사업과 HVS(High Voltage System) 사업 모두 본격적인 성장 궤도에 올라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며 "하이브리드 배터리 시스템의 대량 생산에 진입하고, 전략적 파트너십과 배터리 기술 경쟁력을 바탕으로 전기차 분야에서도 활발히 사업을 펼치겠다"고 포부를 내비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