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로템, 모로코 대규모 철도 인프라 사업 '비전 2040' 출사표

김정훈 레일솔루션사업본부장, 국영 통신사와 인터뷰
"'모로코 철도 비전 2040'에 적극 기여하고 싶다"
철도 공급·신호시스템 등 생태계 전반 참여 가능성 거론
수소전기트램 등 친환경 기술로 미래 협력 확대 '기대'

[더구루=정예린 기자] 현대로템이 모로코 정부의 대규모 철도 인프라 현대화 프로젝트에 참여 가능성을 타진하고 있다. 현지 전동차 공급 경험을 토대로 당국과의 협력 범위를 넓히고, 아프리카 철도 시장 내 입지를 강화하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29일 모로코 국영 통신사 'MAP(Maghreb Arabe Presse)'에 따르면 김정훈 현대로템 레일솔루션사업본부장(전무)은 오는 30일 모로코 국왕 즉위 26주년을 기념해 진행한 인터뷰에서 "'모로코 철도 비전 2040'은 우리의 기술력과 비전에 부합하는 모로코 정부의 야심찬 로드맵이며, 우리는 이에 적극 기여하고 싶다"고 밝혔다. 

 

이어 "우리는 10년 이상 모로코 철도 시장을 면밀히 관찰해왔다"며 "최근 모로코 철도청(ONCF)과 도시권 광역철도(RER) 공급 계약을 체결한 것은 우리의 노력에 대한 첫 번째 구체적 이정표"라고 덧붙였다. 

 

'모로코 철도 비전 2040'은 2015년 모로코 정부와 철도청이 공동 발표한 국가 철도 인프라 확장 계획이다. 기존 약 2300km였던 철도망을 오는 2040년까지 4410km로 확대하는 것이 핵심이다. 고속철도 노선 연장과 광역·도시철도망 확충, 물류·화물 수송망 현대화까지 국가 철도망 전반의 구조 개편이 포함돼 있다.

 

현대로템은 전동차 공급은 물론 유지보수, 철도신호·전기화 시스템 등 철도 생태계 전반에 걸친 참여 가능성이 거론된다. 현지 생산 확대와 기술 이전을 통해 산업 통합 요건을 충족하면서 향후 고속철도와 물류·화물 철도 분야까지 진출 범위를 넓힐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김 전무는 새로운 협력 분야로 신재생에너지 사업을 거론했다. 그는 "모로코가 재생에너지를 우선시하고 그린 수소 분야에도 잠재력이 있다는 점을 인지하고 있다"며 "이 분야 역시 협력을 위한 새로운 유망 분야가 될 수 있을 것"이라고 언급했다.

 

김 전무가 수소를 언급한 것은 현대로템의 친환경 교통 분야 확장 기조와 맞닿아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현대로템은 국내 최초로 수소전기트램 상용 모델을 개발한 기업으로, 수소추출기·충전소 등 수소 인프라 설비 구축까지 밸류체인 전반에서 사업 역량을 확보하고 있다. 지난 2023년 울산항선 실증 운행을 통해 차량의 안정성과 주행 성능을 입증했다. 대전 도시철도 2호선에 34편성의 수소전기트램을 공급할 예정이고 부산, 제주 등 여러 지자체와도 도입을 협의 중이다.

 

북아프리카 관문인 모로코는 아프리카 대륙 내 유일하게 고속철도망을 운영 중인 국가다. 물류·교통 중심지로 꼽히는 만큼 철도 현대화 수요와 함께 차량 현지 생산 및 유지보수, 기술 이전을 포함한 산업 통합형 프로젝트에 대한 관심이 크다.

 

김 전무는 모로코 시장의 강점에 대해 "모하메드 6세 국왕의 리더십 아래 모로코가 꾸준히 장기 발전 계획을 추진하는 점이 인상적"이라며 "코로나19 팬데믹에도 불구하고 모로코가 보여준 뛰어난 경제 회복력은 이곳을 전략적 장기 시장으로 만든다"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모로코의 정치·경제적 안정성은 외국인 투자 유치에 핵심 요소"라며 "한국 자동차 부품 기업 '핸즈 코퍼레이션'이 유럽 시장을 겨냥해 모로코에 현지 공장을 설립한 사례는 우리가 지향하는 '윈-윈' 협력 모델"이라고 강조했다.

 

현대로템이 모로코 국왕 즉위 기념일을 맞아 현지 매체와의 인터뷰를 진행한 것은 단순한 공급자를 넘어 모로코 정부·철도청과의 관계를 한층 공고히 하려는 전략적 행보로 해석된다. 현지에서 상징성이 큰 국경일을 계기로 당국과의 접점을 늘려가며 장기 협력 파트너로 자리매김하려는 의지를 드러낸 셈이다.

 

한편 현대로템은 지난 2월 모로코 철도청과 약 1억5000만 달러 규모 계약을 체결, 최고 시속 160km로 운행 가능한 2층 전동차 110편성을 공급하기로 했다. 일부 차량은 모로코 현지에서 생산될 예정이다. 해당 계약은 현대로템이 단일 국가와 체결한 최대 규모의 철도 사업이다.

 










테크열전

더보기




더구루인사이트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