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90억원 신라免, -350억 신세계免…앞으로 더 곡소리 날텐데

해묵은 논쟁 '면세점 임대료' 구조 방치에 적자 눈덩이
창이·태국·홍콩 등 해외 임대료↓…인천공항만 '요지부동'

 

[더구루=진유진 기자] "면세점 실적이 뒷걸음질 치고 있는 것은 그만큼 업황이 쇠퇴했다는 의미다. 공사와 정부에서 이 부분을 감안해 임대료를 재책정할 필요가 있지 않겠냐." 면세점업계 고위 관계자의 하소연이다. 임대료가 증가하는 구조로 인해 고정비 부담만 커지는 상황으로 좀처럼 회복되지 않는 수익성으로 인해 면세업계의 고민이 깊어지는 모습이다. 

 

고환율과 중국 단체관광객(유커) 유입 감소, 개별관광객 소비 패턴 변화에다 인천국제공항의 '여객 수 연동' 임대료까지 겹치면서 K‑면세점의 시름이 깊어지고 있다. 갈수록 영업 손실 규모가 눈덩이처럼 커질 것으로 전망되면서 '황금알을 낳는 거위'에서 '아픈 손가락'으로 전락하는 모양새다.

 

29일 면세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신라면세점이 697억원, 신세계면세점이 359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한 데 이어 올해 1분기에도 각각 50억원과 23억원의 손실을 더했다. '승자의 저주'가 현실화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문제는 지난 2023년 인천공항의 입찰 방식이 바뀌면서 시작됐다. 기존 고정 임대료제 대신 면세사업자가 납부 약정한 여객 1인당 임대료에 월 출국자 수를 곱하는 '객당 임대료제'가 도입됐다. 당시 신라·신세계는 1인당 8000~9000원 수준의 고율을 제시하며 사업권을 따냈다.

 

그러나 코로나19 이후 여객 수는 회복된 반면, 1인당 면세점 소비는 줄어 객단가(고객 1인당 매출)가 크게 하락했다. 결과적으로 월 300억원, 연 3000억원 이상의 임대료가 매출에 비해 과도하게 부과되고 있다는 게 업계 중론이다.

 

신라면세점과 신세계면세점은 결국 지난 4~5월 인천공항공사에 임대료 40% 인하를 요청했지만 거절당했고, 이후 법원에 조정 신청을 냈다. 대상은 제1·2터미널 내 화장품·향수·주류·담배 매장이다. 코로나19 이전 수준으로 회복된 여객 수에 따라 임대료는 급등했지만, 면세 소비는 여전히 부진하다는 것이 이들의 주장이다.

 

하지만 지난달 30일 열린 1차 조정은 합의 없이 끝났고, 공사는 다음달 14일 예정된 2차 기일 참석도 거부하면서 조정 절차 자체가 무산될 가능성이 커졌다. 현재 법원이 회계법인을 통해 적정 임대료 감정 작업을 진행 중이며, 결과는 8월 초 나올 예정이다.

 

상황이 이렇게 되자 앞서 정치권도 구조 개선 필요성을 지적했다.

 

지난 3월 국회 토론회에서 나경원·송언석 의원은 "면세점이 임대료 부담에 사업권 반납까지 검토하는 상황"이라며 "공항 경쟁력과 관광산업을 위해 긴급 조치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홍규선 동서울대 교수는 "면세점이 무너지면 공항과 여행객 피해로 직결된다"고 우려했다.

 

해외 주요 공항들은 이미 선제적으로 움직이고 있다. 싱가포르 창이공항은 최근 임대 계약이 만료된 해외 면세점 재계약 시 임대료를 인하했으며, 태국 공항공사는 임대료 조정 전담팀을 운영 중이다. 홍콩국제공항도 매출 부진 업체의 임대료 인하 요청을 수용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반면 인천공항공사는 사업자 간 형평성과 배임 소지 등을 이유로 조정에 선을 긋고 있다. 그러나 조정 절차에서조차 사실상 철수한 공사의 태도에는 '책임 회피'라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다는 지적도 적지않다.

 

업계 일각에선 "법원의 중재로 어렵게 조정 테이블에 앉은 만큼, 최소한 절차에는 끝까지 참여해야 한다"는 입장이다.현재 면세점 사업자들은 연 수천억원대 위약금을 감수하고 계약을 해지하기도, 오는 2033년까지 적자를 안고 운영을 지속하기도 어려운 진퇴양난에 처해 있다.

 

전문가들은 "현 상황은 업계 노력만으로 해결할 수 없다"며 "현실적인 임시 감면을 적용하되, 수익이 회복되면 임대료를 단계적으로 재조정하는 방식이 바람직하다"고 조언한다.

 

업계 관계자는 "'황금알을 낳는 거위'였던 K‑면세점은 더 이상 인천공항의 흑자 ATM이 아니다"면서 "여객 수 증가만을 기준으로 한 현 임대료 모델을 손보지 않는 한, 면세점의 곡소리는 내년에도 계속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또다른 업계자는 "인천공항이 인두세 방식을 도입하면서 싱가포르 창이공항 등 선진 공항을 벤치마킹했다고 한다"면서 "정작 싱가포르 창이공항은 롯데면세점이나 신라면세점 등 면세점 사업자들에게 임대료를 인하해 주고 있는 구조"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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