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적과의 동침' 현대로템 브라질 공장, 中 CRRC에 임대...'결사반대' 목소리 무색

 

[더구루=김예지 기자] 현대로템이 보유한 브라질 상파울루주 아라라과라 공장의 일부 시설이 중국 국영 철도차량 제조사 중국중차(CRRC)에 임대된다. CRRC는 이 시설을 활용해 상파울루 지하철에 투입될 전동차 44편성을 생산할 예정이다. 당장 일감이 없는 현대로템으로서는 임대 수익을 얻을 수 있는 한편 CRRC로는 대규모 설비 투자비를 들이지 않고 시설을 활용할 수 있어 '윈윈'인 셈이다. 

 

1일 브라질 아라라과라시 발표에 따르면 CRRC는 최근 총 5000만 헤알(약 140억원)을 투자해 현대로템의 아라라과라 공장 일부를 장기 임차했다. CRRC는 현지 감독기관의 승인이 나는대로 현대로템의 시설을 활용해 내년부터 본격적인 차량 생산에 들어갈 계획이다. 이번 생산은 상파울루주가 발주한 도시철도 프로젝트 일환으로, 브라질 정부의 현지 생산 요건을 충족하기 위한 결정이다.

 

현대로템은 지난 2016년 남미 시장 진출 거점으로 아라라과라에 조립공장을 설립했다. 브라질 통근철도(CPTM), 살바도르 메트로 등 주요 프로젝트를 수행해 왔다. 해당 공장은 연간 최대 200량 규모의 생산 능력을 갖추고 있다. 현지 조달률 60% 이상을 요구하는 브라질 철도 정책에 맞춰 설계됐다.

 

이번 임대는 중국 CRRC의 남미 시장 확대 전략과 한국 현대로템의 생산 거점 활용 전략이 맞물린 결과로 분석된다. CRRC는 브라질에서 수도권 광역철도사업·상파울루 메트로 차량 공급 등 여러 대형 프로젝트를 수주한 바 있다.

 

업계에서는 이번 협력이 중장기적으로 생산 시설 공동 활용 외에도 기술 협력 또는 공급망 통합으로 이어질 가능성도 있다고 보고 있다. 

 

다만 현대로템의 시설 임대를 두고 현지에서는  비판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앞서 CRRC의 현지 진출을 둘러싸고 브라질 철도업계의 반발이 이어졌기 때문이다. 실제로 브라질 철도산업협회(ABIFER)와 도로·철로장비산업노조(SIMEFRE)는 공동 성명을 내고 "브라질과 중국의 철도 협력에 깊은 유감을 표한다"며 자국 산업이 배제된 채 중국에 기회를 몰아준 정부 결정에 강하게 항의했다. 특히 ABIFER는 알스톰, CAF를 비롯해 현대로템 브라질법인 등 글로벌 철도 기업 57개가 소속된 곳이기도 하다. 

 

이들은 브라질 철도 산업이 독자적인 기술력과 생산역량을 갖추고 있으며, 정부는 고용과 산업 보호에 대한 책임을 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한 단발성 발주로 인한 가동률 저하 문제를 지적하며, 자국 산업의 지속가능한 발전을 위한 장기적 지원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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