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구루=정예린 기자] 삼성이 지난달 중국에서 650건이 넘는 특허 승인을 획득하며 기술 포트폴리오를 대폭 확장했다. 반도체, 통신, 인공지능(AI), 바이오 등 차세대 전략 산업 분야에서 기술 경쟁력을 강화하는 한편 중국 시장에서 지식재산권(IP) 확보에 꾸준히 공을 들이는 모양새다.
1일 중국 국가지식산권국(CNIPA)에 따르면 CNIPA는 지난 8월 한 달 동안 삼성전자, 삼성디스플레이, 삼성SDI, 삼성전기, 삼성바이오로직스, 삼성메디슨 등이 2016년부터 올해 초까지 출원한 658건의 특허를 승인했다. 승인일은 총 9일로, 하루 평균 73건의 특허가 등록됐다.
계열사별로는 삼성전자가 338건으로 전체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며 가장 많은 특허를 확보했다. △삼성디스플레이(222건) △삼성SDI(84건) △삼성전기(12건) △삼성메디슨(1건) △삼성바이오로직스(1건) 등이 뒤를 이었다.
삼성전자가 출원한 특허 중 가장 눈에 띄는 것은 ‘무인 항공기를 지원하는 무선 직접 통신 시스템에서 전송 자원을 선택하는 방법 및 장치(특허번호 CN120530707A)’다. 이는 드론이나 도심항공교통(UAM) 기기처럼 빠르게 이동하는 비행체가 지상 기지국이나 다른 항공기와 직접 데이터를 주고받을 때 전송 자원을 효율적으로 할당·선택하는 기술을 담고 있다. 단말 간 직접 통신(D2D, Device-to-Device) 구조에서 발생할 수 있는 주파수 간섭과 지연 문제를 최소화하고, 이동 경로와 속도에 따라 통신 자원을 동적으로 조정하는 것이 핵심이다.
5G·6G 환경에서 드론 물류 배송, 항공 모빌리티 교통 관리, 재난 대응 등 다양한 응용 분야에서 안전성과 신뢰성을 높일 수 있다는 점에서 산업적 파급력이 크다. 특히 공중·우주 통신 네트워크로 대표되는 6G 핵심 영역을 선점하기 위한 삼성의 전략적 행보와도 맞닿아 있다.
AI 분야에서는 '곱셈기와 누산기를 이용하여 양자화를 수행하는 전자 장치 및 그 제어 방법(특허번호 CN120569732A)'이라는 제목의 특허를 확보했다. 복잡한 연산을 단순화해 딥러닝 모델의 효율을 높이는 기술로, 모바일·엣지 환경에서의 AI 가속화에 직접 연결된다. 이 외에도 메모리·연산 자원 소모를 줄이면서 성능을 유지하는 모델 경량화 관련 특허들이 다수 포함됐다.
XR 영역에서도 공격적인 특허 확보가 이어졌다. △증강 현실 웨어러블 전자 장치(CN120569661A) △확장 현실 장치 및 그 동작 방법(CN120512526A) △가상 대화를 통해 실제 객체와의 상호작용을 제공하는 시스템 및 방법(CN120530374A) 등을 승인받았다. 차세대 웨어러블 장치와 몰입형 인터페이스 기술 경쟁력 강화를 노린 행보로 읽힌다.
반도체 소자·공정 부문에서는 △3차원 반도체 장치 및 그 제조 방법(특허번호 CN120529613A) △보호 회로를 포함하는 3D 집적 회로(특허번호 CN120529648A) △극자외선(EUV) 광원 구성 방법 및 EUV 노광 방법(특허번호 CN120491392A) 등의 특허를 손에 넣었다. 첨단 메모리 구조부터 패키징, EUV 노광까지 전방위 연구가 병행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삼성디스플레이는 디스플레이 패널 및 제조 장비 분야에 집중했다. 특히 국내 장비 기업 '엔젯'과 공동 개발한 '접촉 패터닝 장치(특허번호 CN120439687A)'가 주목된다. 정밀한 패터닝 공정 장비 기술로, 생산 효율성 제고와 협력 생태계 확장의 성과를 동시에 보여준다.
'포토마스크 및 이의 제조 방법(특허번호 CN120559938A)', '곡면 디스플레이 장치(특허번호 CN120431816A)' 등도 승인돼 차세대 플렉시블·곡면 패널 구현의 기반을 마련했다. ‘디스플레이 장치, 디스플레이 장치 제조 방법 및 디스플레이 장치를 포함하는 헤드마운트 디스플레이 장치(특허번호 CN120513009A)’는 XR 기기용 고성능 디스플레이 적용을 염두에 둔 전략적 특허로 해석된다.
삼성SDI는 배터리 안전성과 원가 경쟁력 강화를 겨냥했다. '커버 절연체 및 이를 포함하는 이차 전지, 그 제조 장치(특허번호 CN120545571A)'를 비롯해 '탄산리튬의 제조 방법 및 이를 이용한 리튬 이차 전지(특허번호 CN120440915A)'가 대표적이다. 특히 후자는 핵심 원료인 탄산리튬을 자체적으로 확보하는 기술로, 공급망 안정화에 기여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밖에 삼성전기는 기존 주력인 카메라 모듈과 적층세라믹커패시터(MLCC) 기술을 이어가는 한편, 에너지 분야에서는 '고체 산화물 전지(특허번호 CN120435780A)'를 확보하며 전지 소재 기술까지 외연을 확장했다. 헬스케어 부문에서는 삼성메디슨의 '초음파 진단 장치 및 방법(특허번호 CN120548143A)'과 삼성바이오로직스의 '격리된 정제부를 포함하는 생물학적 물질 정제 시스템(특허번호 CN120569396A)'이 승인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