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구루=길소연 기자] 프랑스와 독일이 유럽 재정 지원에서 원자력 에너지의 차별 금지를 약속하는 내용을 포함한 공동 에너지 로드맵을 승인했다. 유럽의 에너지 전환에서 원자력의 역할을 인정하는 것에 대한 구체적인 합의가 이뤄진 것으로 유럽 내 차세대 원자력 확대에도 속도가 붙을 전망이다.
2일 업계에 따르면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과 프리드리히 메르츠 독일 총리는 최근 프랑스 남동부 툴롱에서 열린 제25차 프랑스-독일 합동각료회의 및 양국 국방·안보이사회(CFADS) 회의에서 양국 간 전략적 협력 강화를 목표로 하는 일련의 양자 로드맵을 채택했다.
이번에 승인된 로드맵은 에너지 분야와 무역, 산업, 디지털 주권, 국방 분야를 포괄한다. 이중에서도 에너지는 핵심 쟁점으로 떠올랐으며, 유럽의 에너지 전환에서 원자력의 역할을 인정하는 합의가 이뤄졌다.
합의된 에너지 로드맵은 다른 재생에너지원과 동일한 기준으로 원자력 에너지가 유럽 재정 지원에 접근할 수 있도록 허용한다. 공동 문서에는 원전 '차별 금지' 원칙이 포함돼 그동안 원전에 유보적인 독일의 입장 변화를 보여준다.
프랑스와 독일 간 원전 합의는 수년간의 이견 끝에 결정됐다. 양국은 유럽 녹색 분류 체계에 대한 에너지 프로젝트 적격성 기준에 대한 의견 불일치를 드러냈다. 프랑스는 금융 수단에서 원자력 에너지의 완전한 인정을 주장해온 반면, 독일은 원전 폐기 정책에 따라 재생에너지를 우선시해왔다.
독일은 2023년 마지막 원전 가동을 중단하며 재생에너지 중심의 정책으로 완전히 방향을 틀었다. 원전을 기후변화 대응을 위한 중간 단계로 규정하고 있는 프랑스는 전체 전력의 70% 이상을 원전에 의존하고 있다. 프랑스는 재생에너지만을 고집하는 기존 틀에서 벗어나 원자력을 더 광범위한 넷제로 전략의 저탄소 에너지원으로 인정할 것을 촉구해왔다.
이번 에너지 합의는 프랑스 전력청(EDF)과 프라마톰(Framatom)을 포함한 여러 원자력 산업 관계자들이 프로젝트의 자금 조달 가능성을 보장하기 위한 더 명확한 규제 체계를 요구한 가운데 이뤄졌다. 독일에서는 신규 원자력 프로젝트가 없어 직접적인 영향은 제한적이지만, 기술 중립적인 접근 방식에 대한 지지로 평가된다.
양국이 승인한 에너지 로드맵은 각국의 개별 정책을 변경하지 않으면서도, 특히 에너지 전환 기금 접근과 관련해 유럽 차원의 공통된 입장을 확립한다. 이는 유럽연합 전력 시장 개혁을 위한 향후 협상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업계는 이번 로드맵으로 유럽의 전력 시장 개혁과 재생에너지 규정 개정 작업도 속도를 낼 것으로 보고 있다. 원전이 재생에너지와 나란히 유럽 녹색 산업 정책으로 올라설 가능성이 커졌기 때문이다.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에너지 안보 문제가 부각되면서 원전의 전략적 가치가 재조명받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