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구루=김예지 기자] LG전자가 러시아 시장에서 중국 가전 기업인 중국 하이센스 인터내셔널(Hisense International, 이하 하이센스)과 법정 공방에 휘말렸다. 과거 미국 시장에서 특허 침해로 LG전자에 무릎을 꿇었던 하이센스가 이번에는 러시아에서 LG전자의 상표권을 정조준하며 대대적인 반격에 나섰다. LG전자로서는 최근 러시아 시장 재진입을 위해 차세대 상표권을 잇달아 출원하며 지식재산권(IP) 방어막을 구축하는 시점에 터진 소송인지라 향후 브랜드 및 상표권 대응 전략에도 변화가 불가피할 전망이다.
25일 러시아 지식재산권 법원(SIP)에서 발행한 공식 법원 결정문(사건번호 СИП-146/2026)에 따르면 하이센스는 지난 18일 LG전자를 상대로 'XCANVAS(이하 엑스캔버스)' 상표(러시아 등록번호 제252858호)의 법적 보호를 조기 종료해달라는 소송을 제기했다. 하이센스 측은 LG전자가 해당 상표를 러시아 현지에서 실제로 사용하지 않고 있다는 점을 소 제기의 핵심 근거로 내세웠다. 러시아 법령상 상표권을 3년 이상 사용하지 않을 경우 제3자의 청구에 의해 권리가 취소될 수 있다는 점을 전략적으로 파고든 것이다.
엑스캔버스는 LG전자의 대표적인 TV 브랜드다. 다만, LG전자는 지난 2010년 일찌감치 시장에서 엑스캔버스 브랜드를 더 이상 사용하지 않기로 한 바 있어 하이센스에 권리를 그냥 넘겨주어도 무방한 상황이긴 하다. 러시아 사업이 재개된다하더라도 엑스캔버스 브랜드를 다시 사용하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LG전자로서는 허술한 상표권 관리로 공들여 키운 브랜드를 중국 업체에 도둑 맞을수도 있게 된 셈이다. 비슷한 사례가 재발할 가능성도 높다.
LG전자 관계자는 "엑스캔버스 상표는 지난 2003년 (러시아 시장에) 등록해 2023년 갱신등록돼 권리 유지중"이라며 "사안을 검토 후 대응여부를 결정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이번 소송은 양사의 해묵은 기술·상표 전쟁의 '2라운드' 격이라는 평가다. 지난 2021년 하이센스는 미국에서 LG전자의 TV 기술 특허 4건을 침해했다가 사실상 패배를 시인하며 합의를 통해 소송을 마무리한 바 있다. 당시 기술력 차이로 고배를 마셨던 하이센스가 이번에는 러시아 내 공급망 공백을 틈타 LG전자의 과거 주력 브랜드인 엑스캔버스를 무력화하고, 자사의 입지를 넓히려는 전략적 행보로 분석된다.
LG전자는 최근 러시아 지식재산권청(Rospatent)에 '미니 알지비 에보(Mini RGB evo)'와 '터보워시(TurboWash)' 등 차세대 가전 IP 상표 등록 신청서를 제출하며 현지 브랜드 선점 전략을 강화해 왔다. 공식 제품 공급은 중단된 상태지만 높은 브랜드 충성도를 유지하고 있는 상황에서, 하이센스의 이번 공격은 LG전자의 향후 러시아 시장 복귀 시나리오에 상당한 변수가 될 전망이다.
러시아 법원은 피고인 LG전자가 한국에 본사를 둔 외국 법인인 점을 고려해, 헤이그 공조 조약에 따라 대한민국 법원행정처(National Court Administration)를 통해 소송 고지서 및 결정문을 송달할 것을 명령했다. 이에 따라 예비 심리 기일은 충분한 송달 기간을 고려해 올해 9월21일 오전 9시30분(현지시간)으로 확정됐다. 미충족 시를 대비한 예약 기일은 오는 10월19일로 잡혔다.
LG전자는 향후 재판 과정에서 엑스캔버스 브랜드의 실제 사용 증거를 제출하거나 법적 대응 논리를 마련해야 하는 과제를 안게 됐다. 글로벌 가전 시장 주도권을 놓고 한·중 기업 간의 지식재산권 전쟁이 격화되는 가운데, 이번 러시아 법원의 최종 판단에 귀추가 주목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