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구루=김현수 기자] 삼성바이오로직스가 때아닌 '노사 갈등'이라는 암초를 만났다. 노조가 높은 실적에 따른 과도한 보상을 요구하며 강경 투쟁 기조를 보이자, 업계 안팎에서는 "황금알을 낳는 거위의 배를 가르는 격"이라며 우려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자칫 글로벌 시장에서 쌓아온 '신뢰의 삼성' 브랜드가 한순간에 무너질 수 있다는 지적도 적지않다.
삼성바이오로직스 지난 9일 158만원으로 장을 마쳤다. 지난 1월 15일 196만5000원 대비 3개월 새 20% 가까이 추락했다. 결제 대금 대부분이 달러로 이뤄지는 수출 기업 특성상 최근의 환율 상승이 호재로 작용해야 할 상황에서도 주가는 곤두박칠치고 있는 모양새다.
시장 일각에선 최근 대두된 노조 파업 가능성 리스크가 기업 펀더멘털을 압도하고 있다는 분석을 내놨다. 전문가들은 바이오 산업의 특수성을 간과한 노조의 행보가 기업 경쟁력을 근본적으로 흔들 수 있다고 경고한다. 일반 제조업과 달리 바이오 CDMO는 글로벌 빅파마(Big Pharma)와의 장기 계약을 기반으로 하고 있어서다.
증권사 A 연구원은 "CDMO 사업의 특성상 노사 갈등으로 인한 가동률 저하 우려는 글로벌 고객사들의 이탈로 이어질 수 있는 치명적인 리스크"라며 "노조의 비협조적인 태도가 투자 심리를 급격히 위축시키고 있다"고 관측했다.
현재 삼성바이오로직스 상생노동조합(이하 노조)은 다음달 전면 파업 돌입을 선언한 상태다. 회사는 지난 1일 인천지방법원에 쟁의행위금지 가처분을 신청하며 법적 대응에 나서고 있다. 핵심 공정이 전면 중단되는 사태를 막기 위한 최소한의 조치라는 게 회사측의 설명이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최근 인천 송도 제2·3바이오캠퍼스 건립과 미국 록빌 공장 인수 등 총 15조원 규모의 초대형 투자 계획을 발표했다. 글로벌 불확실성이 커지는 상황에서 선제적 투자를 통해 경쟁력을 확보하겠다는 포석으로 풀이된다.
주주들도 이 같은 결정에 긍정적인 분위기다. 주주 B씨는 "주주들도 미래 더 큰 수익을 위해 당장의 수익 실현을 포기했다"면서 "그런데도 정작 회사 구성원인 노조는 전례를 찾기 힘든 수준의 요구안을 고수하면서 주주들의 자산 가치를 갉아먹고 있다"고 비판했다.
노조 측은 평균 14%에 달하는 임금 인상에 전 직원 3000만원 격려금, 3년간 자사주 배정 등을 요구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 C씨는 "대규모 투자를 위해 주주들이 배당까지 양보한 상황에서 노조의 성장 과실 독점 요구는 기업의 재무 건전성을 해치고 중장기 성장 동력을 꺾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CDMO 사업의 본질이 '신뢰'라는 점도 현 상황이 경쟁력 악화 우려를 낳고 있다는 지적이다. CDMO는 글로벌 제약사와의 계약에 따라 고품질 의약품을 적기에 공급하는 것이 핵심이다. 파업으로 인한 생산 중단은 단순한 실적 타격을 넘어 신뢰 훼손으로 이어져 수주 경쟁력에 치명타를 입히게 될 것이라는 얘기다.
업계 관계자 C씨는 "글로벌 고객사들은 공급망 안정을 최우선 가치로 둔다"면서 "삼성바이오로직스의 시장 파급력을 고려할 때 노사 갈등이 장기화하면 국가적 손실로까지 이어질 수도 있다"고 우려를 표했다.
한편 지난 9일 열린 쟁의행위금지 가처분신청 첫 심리에서는 사측과 노조가 날선 공방을 벌였다. 사측 변호사는 "배양·정제 공정이 단 하루라도 멈추면 단백질과 항체가 변질돼 전량 폐기해야 한다"며 공정이 멈출 경우 하루 최소 6400억원 규모 손실이 발생한다고 주장했다. 아울러 파업 전체를 막자는 것이 아니라 노동조합법 38조 2항이 명시한 최소한의 공정 유지만을 요청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박재성 삼성바이오로직스 상생지부장은 "사측 주장대로라면 배양·정제 공정 노동자들은 사실상 파업에 참여할 수 없게 된다며, 헌법이 보장한 단체행동권을 본질적으로 침해하는 결과"라고 주장했다. 손실 규모를 두고도 실제 직접 손실은 하루 매출 수준인 약 128억 원에 불과하다며 사측이 주장하는 6400억 원은 과장된 수치라고 맞섰다.
재판부는 양측에 공정별 근무 인원 등 추가 자료 제출을 요구했으며 이르면 오는 24일 이전 결론을 내릴 예정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