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구루=김예지 기자] 삼성전자 자회사 하만 인터내셔널(이하 하만)이 독일 내 핵심 거점 중 하나인 이터스바흐 부지를 매각하며 유럽 내 전략 거점 재편에 나섰다. 하만은 이번 매각을 계기로 인근 대도시인 카를스루에(Karlsruhe)로 운영 및 연구개발(R&D) 기능을 통합 이전, 미래 모빌리티 시장 대응을 위한 조직 최적화에 속도를 낸다는 방침이다.
15일 업계에 따르면 하만은 독일 카를스바트 이터스바흐(Karlsbad-Ittersbach) 산업지구에 위치한 약 4만 9000㎡(약 1만 4800평) 규모의 공장 및 사무 부지를 독일 부동산 투자 기업 '셰뉴 이모빌리엔(Chenu Immobilien)'에 매각하기로 합의했다.
이번 매각은 글로벌 부동산 컨설팅사 존스랑라살(JLL)이 주도하는 구조화된 프로세스를 통해 진행됐으며, 하만은 올해 중으로 이터스바흐에서 근무 중인 약 740명의 인력을 카를스루에 시내의 신규 거점으로 이전할 계획이다.
매각된 부지는 하만의 역사적 상징성이 깊은 곳이다. 지난 1950년대부터 '베커 오토라디오(Becker Autoradio)'가 소유했던 이 곳은 지난 1953년 카오디오 업계의 획을 그은 세계 최초의 자동 신호 검색 라디오 '베커-멕시코'를 탄생시킨 기술 혁신의 요람이었다. 이후 지난 1995년 하만이 베커를 인수했고, 2016년 삼성전자가 하만을 인수하며 현재의 진용을 갖췄다. 하만이 반세기 넘는 역사를 뒤로하고 이전을 결정한 것은 급변하는 전장 시장 환경에 맞춘 ‘에셋 라이트(Asset-light)’ 전략과 R&D 효율 증대를 위해서다.
카이 리거(Kai Rieger) 하만 글로벌 부동산 총괄은 "기존 이터스바흐 부지는 변화된 비즈니스 요구사항을 충족하기에 구조적 한계가 있었다"며 "카를스루에 시내 이전은 더 효율적이고 수요 중심적인 공간 배치를 위한 전략적 선택"이라고 밝혔다.
부지를 인수한 셰뉴 이모빌리엔은 하만의 퇴거 시점에 맞춰 이곳을 미래지향적 '비즈니스 파크'로 탈바꿈시킨다는 구상이다. 현대적인 사무 공간은 물론 생산 홀, 연구시설을 갖춘 복합 단지를 조성해 지역 경제 성장의 새로운 발판을 마련할 예정이다.
업계에서는 하만의 이번 행보를 단순한 사무실 이전을 넘어선 '전략적 전진 배치'로 분석하고 있다. 특히 카를스루에 공대(KIT) 등 우수한 연구 인프라가 밀집한 지역으로 거점을 옮김으로써, 소프트웨어 중심 자동차(SDV)와 인공지능(AI) 기반 전장 솔루션 등 하이테크 분야의 인재 확보와 기술 협력을 강화하려는 포석이라는 해석이다.
한편 하만은 지난해 12월 독일 'ZF 프리드리히스하펜(ZF)'의 첨단 운전자 보조 시스템(ADAS) 사업부를 약 2조 6000억원에 인수하며 전장 사업 강화에 박차를 가한 바 있다. 하만은 이 인수를 통해 글로벌 ADAS 스마트 카메라 업계 1위 입지를 확보했다. 또한 주력 제품인 디지털 콕핏과 ADAS를 통합한 중앙집중형 컨트롤러 구조를 완성해 향후 자동차 산업의 패러다임을 바꿀 SDV 시장을 선도해 나갈 수 있는 기반을 구축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