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구루=오소영 기자] 메모리 반도체 D램 가격의 상승세가 오는 2분기 지속되며 슈퍼사이클(장기 호황) 재현에 불을 지피고 있다. 5세대(5G) 이동통신과 인공지능(AI) 등의 투자가 확대돼 반도체 수요 상승을 이끌고 있다.
8일 국제반도체장비재료협회(SEMI)에 따르면 D램 계약 가격은 오는 2분기 상승 추세를 이어갈 전망이다.
클라크 트센(Clark Tsen) SEMI 산업 리서치·통계 담당은 "5G와 AI, 자동차, 고성능 컴퓨팅(HPC)이 반도체 시장의 성장을 주도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지난해 바닥을 찍던 D램 고정거래가격은 올 들어 반등했다. 고정가는 메모리 제조사가 고객사에 납품할 때 쓰는 계약 가격이다. 시장조사업체 D램익스체인지에 따르면 PC용 D램(DDR4 8Gb 2133MHz) 고정가는 작년 9월 3.13달러를 기록한 후 10월 2.85달러로 급락했다. 올 1월 3달러대를 회복한 후 이를 유지하고 있다.
메모리 업황을 나타내는 D램익스체인지인덱스는 지난달 3만3000대를 기록했다. 호황기였던 2018년 1월 수치(2만9000)를 넘어 사상 최고치를 찍었다.
가격 상승 추세는 당분간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올해 5G 스마트폰 시장이 본격적으로 열리고 서버 업체들도 재고 조정을 마무리하며 투자를 늘려서다.
공급이 수요를 따라가지 못해 반도체 품귀 현상은 심화되는 분위기다. 대만 컴퓨터 제조사 에이서는 오는 3분기까지 부품 부족으로 PC와 노트북 등의 공급이 제한될 것으로 예상했다. 중국 모바일 회사 샤오미 또한 '레드미 K40' 발표회에서 "올해 극도로 칩이 부족한 상황"이라고 우려를 표명했다. 애플리케이션 프로세서(AP)와 주파수, 전원 등 관련 반도체가 전반적으로 부족해졌다는 지적이다.
시장이 본격적으로 호황기로 진입하며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반도체 업계의 매출 상승이 기대된다. 미국 반도체산업협회(SIA)는 올해 1월 세계 반도체 매출액이 400억1000만 달러(약 45조원)로 전년 동기 대비 13.2% 뛰었다고 분석했다. 1월 기준 세계 반도체 매출이 400억 달러를 돌파한 건 1996년 집계 이후 처음이다. 1월은 통상 비수기로 초호황기였던 2018년에도 376억 달러(약 43조원)에 그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