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호놀룰루 경찰 현대차 로봇 개 도입 '논란'…"노숙자 코로나 발열검사 목적"

시민단체, 공격·개인정보 침해 등 목적외 사용 가능성 '우려'

 

[더구루=김도담 기자] 미국 하와이 주(州) 주도 호놀룰루 경찰이 현대차의 로봇 자회사 보스턴 다이내믹스의 로봇 개 '스팟(Spot)'을 도입했다. 코로나19 확산을 막기 위한 노숙자 발열 검사 등에 활용한다는 계획이다. 다만, 공적 자금으로 적잖은 구매비용을 충당한데다 목적 외 활용 가능성 때문에 논란도 나온다.

 

미국 AP통신의 지난달 30일(현지시간) 보도에 따르면 호놀룰루 경찰국은 호놀룰루 공항 인근에 마련한 시 노숙자 쉼터에서의 코로나19 예방 발열 검사를 위해 '스팟'을 도입했다. 경찰국은 이를 위해 연방 전염병 구호 자금 15만달러(약 1억7000만원)를 투입했다.

 

호놀룰루 경찰국은 '스팟' 도입을 위해 이미 올 초 언론 시연행사를 펼쳤다. 노숙자 쉼터에서 노숙자들이 식사를 하는 사이 체온을 측정해 경찰관과 보호소 직원, 주민을 코로나19 감염 우려로부터 보호한다는 취지였고 참가자들의 큰 거부감 없이 시연을 마쳤다는 게 경찰국 측 설명이다. 특정 장소에서 공적인 목적으로만 쓰이기에 개인정보 유출 등 우려도 없다고 경찰청 측은 전했다.

 

그러나 현지 시민사회를 중심으로 논란이 일고 있다. 로봇 개의 특성상 언제든 노숙자에 대한 발열 측정 외 다른 목적으로 쓰일 수 있다는 게 주된 이유다.

 

미국시민자유연합(ACLU) 하와이 지부의 김종욱 법률이사는 AP통신과의 인터뷰에서 "당장은 그 대상이 노숙자이고 코로나19 확산을 예방한다는 취지이기에 괜찮다고 생각하지만 코로나19 대유행이 끝난 후엔 (로봇 개가) 다른 용도로 쓰일 것"이라며 "어쩌면 (로봇 개가) 경찰의 군사화를 강화하고 (시민사회가) 수용할 수 없는 방식으로 쓰일 수 있으며 이는 결코 우리가 바라는 모습이 아니다"라고 전했다.

 

현지 지역매체인 호놀룰루 시빌 비트(Honolulu Civil Beat)는 경찰국이 '스팟' 구매에 연방 전염병 구호 기금을 사용한 걸 문제삼기도 했다.

 

 

이 소식은 다시 미국 전국지인 USA투데이나 미국 매사추세츠 주(州) 보스턴 공영 라디오 방송 'WBUR' 등을 통해 미 전역으로 전해지며 논란을 확산하고 있다. 최근 미국 내에선 로봇 기술의 발달과 로봇 상용화 시도와 맞물려 찬반 논란이 이어지고 있다. 현재 '스팟'은 약 500대가 판매·임대 형태로 보급 중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미국 뉴욕 경찰국(NYPD)은 지난해부터 스팟을 임대해 다양한 임무에 투입했으나 지난 3월 인질 강도 사건에 이 로봇 개를 투입하는 등 모습이 소셜 네트워크(SNS) 등을 통해 확산하며 논란이 잇따랐다. 로봇 개가 사람을 감시하거나 공격하는 등 시민의 자유를 침해할 수 있다는 우려였다. 시는 결국 한달 뒤인 4월 임대 계약을 종료키로 했다. 미국 로드 아일랜드 주(州)나 매사추세츠 주(州) 등 스팟을 도입한 곳 역시 비슷한 논란이 이어지고 있다.

 

자말 보먼 미국 하원의원(민주당)은 뉴욕 경찰국의 로봇 개 사용 논란이 한창이던 올 4월 "마치 '로보캅(공상과학영화)' 같다"며 "미친 짓"이라고 비판하기도 했다.

 

현대차와 보스턴 다이내믹스는 자사 로봇이 무기화나 개인정보 침해 활동에 참여할 수 없도록 하고 있다지만 논란은 쉽게 가라앉지 않는다. 비록 인명구조나 엔지니어링 목적이라고는 하지만 프랑스나 독일 등 유럽에서 '스팟'이 군사훈련에 활용된 이력이 있기 때문이다. <본보 2021년 4월10일자 참조 '현대차그룹 인수' 보스턴 다이내믹스 로봇, 佛군사훈련 출동 '논란'> 더욱이 또 다른 미국 로봇 기업 고스트 로보틱스(Ghost Robotics)는 자사 로봇 개를 미군과 동맹국 군대에 공급하는 등 무기화에 거리낌이 없다.

 

스팟의 효용가치를 고려해 도입을 확대해야 한다는 주장도 있다. 앞서 스팟을 도입한 네덜란드 경찰 특수작전부는 올 들어서도 의약품 연구소 폭발 현장에 로봇 개를 투입해 화학물질 등 위험요소가 없는지 사전 탐색 작전을 수행한 바 있다. 이곳 관계자는 AP통신과의 인터뷰에서 이 로봇은 스스로 생각 않고 인간이 시키는 대로 움직일 뿐이라며 세간의 우려를 일축했다.

 

마이클 페리 보스턴 다이내믹스 사업개발부문 부사장은 AP통신과의 인터뷰에서 "현재 보급 중인 스팟 대부분은 설비 회사의 위험 지역 탐색과 건설 현장, 광산, 공장 등의 모니터링에 쓰인다"며 "우리는 로봇에 대한 경험 없이 공상과학 소설을 연상하는 사람에게 우리의 현 기술 현황을 정확히 설명해 나갈 것"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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