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 '택소노미 원전 포함' 후폭풍

EU, 지난달 택소노미에 원전 포함
"원전 산업 긍정적"VS"원전, 친환경 에너지로 둔갑"

 

[더구루=오소영 기자] 유럽연합(EU)이 녹색분류체계(택소노미·Taxonomy)에 원전을 추가하면서 프랑스 내 원전 지지자와 반대론자가 엇갈린 반응을 보이고 있다. 유럽 내 대표 원전 국가인 프랑스에 막대한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13일 코트라 파리무역관에 따르면 EU는 지난달 2일 택소노미에 원전과 천연가스를 추가했다. 택소노미는 특정 기술이나 산업 활동이 친환경적인지를 판별하는 기준 체계다. 녹색 활동에 대한 투자를 증진하고 기후 변화에 대응하고자 만들어졌다.

 

원전은 택소노미의 주요 쟁점이었다. 프랑스와 네덜란드, 폴란드, 핀란드 등은 찬성 목소리를 냈고 오스트리아와 룩셈부르크, 스페인, 덴마크 등은 반대했다. 긴 논쟁 끝에 원전이 포함되며 EU 금융 기관들이 원전에 투자할 수 있는 길이 열렸다.

 

EU는 안전 기준과 폐기물 관리 기술이 발전했다고 판단해 택소노미에 원전을 추가했다. 다만 원전 건설 시 안전한 핵폐기물 관리와 원전 설치·해체를 보장하며 2045년 전까지 건축 허가를 받도록 했다. 기존 원전의 수명을 연장하는 공사도 2040년 전까지 허가를 받아야 한다.

 

택소노미를 가장 반기는 국가는 프랑스다. 국제원자력기구(IAEA)가 발표한 바에 따르면 프랑스의 원전 의존도는 70%에 달한다. 과거 프랑스 정부는 이를 50%까지 낮추는 정책을 추진했지만 최근 들어 바꼈다. 마크롱 정부는 탄소 중립을 달성하려면 원전을 포기할 수 없다고 보고 있다. 작년 10월에는 탈탄소 프랑스 건설에 총 80억 유로(약 10조원)를 배정하며 혁신적인 원자로 개발을 예산에 포함시켰다.

 

프랑스 국영전력회사 EDF는 EU의 결정이 원전 산업에 긍정적인 영향을 줄 것으로 예상했다. 현지 정부가 계획하는 추가 원전을 지으려면 460~550억 유로(약 62~74조원)가 드는데 택소노미에 원전이 들어가며 프랑스는 더 낮은 금리로 많은 자금을 조달할 수 있게 됐다. 소형모듈원자로(SMR)와 3세대 EPR 등 원전 기술의 수출도 탄력을 받을 전망이다.

 

프랑스 원자력산업조합(Gifen) 또한 현지 매체인 레제코(Les Echos)와의 인터뷰에서 "원전 분야야말로 생산부터 폐기물 처리에 이르는 에너지 생산 체인의 모든 단계와 연관돼 단계별로 큰 투자가 필요하다"며 EU의 결정을 높이 평가했다.

 

반면 환경단체들은 반발했다. 그린피스 프랑스지부는 "EU의 결정이 원전과 천연가스를 녹색 에너지로 둔갑시킨다"고 지적했다. 프랑스지부의 에너지 전환 캠페인 책임자 나스 씨는 레제코에서 "원전과 천연가스 모두 그 폐기물이 에너지 전환에 있어 해를 주지 않는다고 절대로 볼 수 없다"고 지적했다.

 

시행 초창기여서 판단하기 이르다는 관측도 있다. 자우아티 지속가능금융 투자회사 미로바 대표는 "초기 리스트에는 환경에 그 어떤 해도 주지 않는 활동만이 포함돼 전체 경제의 3~4% 정도밖에 영향을 끼치지 않는다"며 "택소노미가 하루아침에 세상을 투자 가능한 것과 투자 불가능한 것으로 나눌 것이라고 과장할 필요는 없다"고 설명했다. 기술 발전에 따라 택소노미가 변할 가능성도 있다. 가령 해상풍력은 해양 생태계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연구가 충분히 이뤄지지 않아 포함이 안 됐지만 앞으로 연구 결과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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