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더구루=정예린 기자] 삼성전자가 최근 본격 가동을 시작한 평택캠퍼스 3라인에 이어 4라인 착공 준비작업에 착수했다. 선제적인 투자를 단행해 메모리반도체 불황을 극복하고 시장 리더십을 이어가겠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삼성전자는 7일 미래 반도체 수요에 적기 대응하기 위해 평택 4라인 기초공사를 진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구체적인 착공시기와 적용 제품은 정해지지 않았다.
평택캠퍼스는 삼성전자의 차세대 반도체 전초 기지다. 총 면적이 87만평에 이르는 세계 최대 규모로 D램, 낸드플래시 등 메모리반도체부터 파운드리 생산 공장까지 모두 갖추고 있다. 지난 2015년 조성돼 1·2라인은 풀가동중이며, 지난 7월 3라인 양산 체제에 돌입했다. 3라인의 경우 향후 낸드플래시와 더불어 EUV(극자외선) D램과 5나노미터(nm) 이하 파운드리 공정 등 다양한 첨단 생산시설을 확대해 나갈 계획이다.
3개 라인 외에 3개 대형 시설을 추가할 수 있는 여유 면적이 있어 삼성전자는 평택캠퍼스에만 최대 6개 라인을 세우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첨단 반도체 복합 생산단지로서 우리나라 반도체 생태계의 중심지로 거듭난다는 목표다. 오는 2030년까지 550조원 이상의 생산 유발 효과와 130만 명 이상의 고용 창출이 기대된다.
삼성전자는 실제 공격적인 증설을 실행에 옮기고 있다. 3라인 양산 체제를 구축한지 두 달 여 만에 4라인 조기 착공 계획을 내놓은 것이다. 하반기에 이어 내년까지 메모리반도체 업황이 악화될 것이라는 전망이 잇따르고 있는 가운데 나온 결정이어서 배경에 이목이 쏠린다. 불황기에 허리띠를 졸라 매는 기존 삼성전자의 투자 패턴과도 상반된다.

경계현 삼성전자 DS부문장 사장은 이날 평택캠퍼스에서 진행한 기자간담회에서 새로운 투자 원칙을 공개하며 위기를 기회로 전환하겠다는 자신감을 드러냈다. 신규 팹 건설을 통한 생산능력 확대뿐 아니라 연구개발(R&D)과 인적 자원 확보에 투자하고 인수합병(MA&)를 통해 기업 가치를 끌어올리겠다는 포부도 밝혔다.
경 사장은 "반도체 업황 사이클이 빨라지면서 불황기에 적게 투자한 것이 호황기에 안좋은 결과를 가져온 바 있다"며 "투자 결정을 너무 시장의 업앤다운에 의존하기 보다는 꾸준한 것이 맞는 방향이라 생각하며, 시장의 좋고 나쁨에 따라 조절은 하겠지만 시황에 무관하게 일관적으로 투자하려고 한다"고 전했다.
대내외 반도체 사업 환경에 관련해서는 "현재로선 하반기를 포함해 내년에도 (시황이) 좋아질 뚜렷한 모멘텀은 보이지 않는다"면서도 "위기는 좋은 기회가 될 수도 있으며, 정해진 투자를 어떻게 잘 조절하느냐 등을 통해 안좋은 구간을 지났을 때 삼성의 위치가 더 나은 방향으로 가는 기회로 삼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얼마전 기흥 차세대 반도체 R&D 센터를 설립한 것을 포함해 연구개발에 훨씬 더 많은 사람과 자원을 투입할 것"이라며 "기존 분야를 급격히 성장시킬 수 있는 M&A도 항상 모색하고 있고 우선 순위로 검토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한편 삼성전자는 지난 2002년 낸드플래시 시장 점유율 1위에 등극한 이후 20년 동안 한 번도 1위 자리를 내주지 않으며 독보적인 경쟁력을 유지하고 있다. 평택 3라인 낸드플래시 양산을 통해 메모리반도체 시장지배력을 강화하는 한편 미국 등 파운드리 주요 거점을 확충해 2030년 시스템반도체 1위 목표를 차질없이 달성한다는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