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터리 소재 동박 양·질 두 토끼 잡은' SKC, 롯데 진출에도 '여유만만'

박원철 SKC 대표 "가장 얇고 길고 넓은 동박으로 차별화"
미국·캐나다 동시 증설 추진…오는 2025년 25만t 이상 생산

 

[더구루=오소영 기자] "한두 해에 장비나 의지만으로 따라잡을 수 있는 업이 아니다. 기술 격차가 있고 우리만의 숨겨진 노하우가 많다"

 

박원철 SKC 대표이사는 지난 11일 전북 정읍시 SKC 자회사 SK넥실리스 공장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롯데케미칼과의 경쟁에 자신감을 내비쳤다.

 

롯데케미칼은 이날 SK넥실리스의 경쟁사인 일진머티리얼즈를 2조7000억원에 인수한다고 발표했다. 시장조사업체 SNE리서치에 따르면 일진머티리얼즈는 지난해 기준 동박 점유율 세계 4위(13%)다. 1위인 SK넥실리스(점유율 22%)와는 9%포인트의 격차가 있지만 향후 롯데에 편입되며 공격적인 투자로 빠르게 추격할 것이라는 분석이 제기되고 있다.

 

박 대표는 시장의 우려를 신경 쓰지 않는 분위기였다. 오히려 롯데케미칼의 진입을 환영했다. 그는 "국내 배터리 3사가 글로벌 시장에서 전쟁하고 있고 (저희는) 총알을 대는 역할을 한다"며 "공장을 빨리 지어 원하는 물량을 제공하고 싶지만 그렇지 못하는 여러 이유가 있는데 롯데가 합류해주면 한국 배터리 산업의 경쟁력 강화에 기여할 수 있다"고 밝혔다.

 

박 대표의 여유는 차별화된 기술력과 선제적인 투자에서 나온다. SK넥실리스는 15년 이상 얇고 길며 넓은 동박 개발에 집중해왔다. SK넥실리스의 동박 두께는 일반 머리카락(100㎛)의 25분의 1 수준인 4㎛에 불과하다. 길이는 최대 77㎞, 넓이는 1400㎜에 달한다.

 

동박은 두께가 얇을수록 가볍고 용량이 큰 배터리를 구현할 수 있다. 길이가 길고 폭이 넓으면 생산량이 증가하고 원가 절감에도 용이하다. 다만 얇고 길고 넓을수록 찢어지거나 구겨지기도 쉽다. 수율도 떨어진다. 이재홍 SK넥실리스 대표가 SK넥실리스를 단순히 동박 제조사가 아니라 '기술 회사'라 표현한 이유도 여기에 있다.

 

이 대표는 "얇고 길고 넓은 동박 기술은 저희가 가장 앞서있다고 자부할 수 있다"며 "4680 등 새 배터리에 대응하려면 고강도·고연신 기술이 필요한데 이와 관련 가장 다양한 제품을 보유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고객사 수요에 대응한 공격적인 증설도 SK넥실리스의 경쟁력이다. SK넥실리스는 지난해 정읍 5공장에 이어 올해 6공장을 완공하고 국내에서만 연간 5만2000t의 생산능력을 확보했다. 정읍 공장을 확장하며 쌓은 노하우를 해외에 이식해 증설을 추진하고 수율을 조기에 안정화하겠다는 전략이다.

 

SK넥실리스는 작년 7월 말레이시아 코타키나발루, 올해 6월 폴란드 스탈로바볼라에 각각 연간 5만t 규모의 공장을 착공했다. 연내 북미에 투자를 확정하고 2025년까지 연간 25만t 이상의 동박 생산능력을 확보한다는 목표다.

 

특히 북미는 세계 최대 전기차 수요처로 부상하고 있다. 인플레이션감축법(IRA) 시행으로 전기차 부품·소재의 현지 조달이 중요해지면서 동박 수요도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 대표는 "고객사들이 러스트밸트(미국 북부)와 선밸트(남부)에서 생산시설을 증설하고 있다"며 "이에 대응하고자 미국과 캐나다 두 곳에 거점 마련을 검토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정부의 인센티브와 전력 비용, 우수 인력 확보, 고객사와의 거리 등을 감안해 최종적으로 결정하려 한다"며 "협상은 끝나가는 단계며 연내 착공은 확신할 수 없지만 2025년 25만t 달성에는 문제가 없을 것"이라고 부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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