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더구루=홍성일 기자] 위기설에 휘말린 스위스의 글로벌 투자은행 크레디트스위스(CS)가 투자 플랫폼 기업 '올펀드 그룹'의 소유 지분 일부를 매각하며 현금 확보에 성공했다.
24일 업계에 따르면 크레디트스위스는 21일(현지시간) 암스테르담 증권거래소에 상장돼 있는 올펀드 그룹 지분의 8.6%, 5400만 주를 매각했다. 크레디트스위스는 이번 매각으로 올펀드 그룹의 지분을 청산했으며 3억2700만 달러(약 4700억원)의 자금을 확보했다.
또한 인프라 투자 펀드인 에너지 인프라스트럭처 파트너스(EIP)의 지분 30%를 매각했다. 크레디트스위스는 해당 거래에 대한 정보는 공개하지 않았다.
올펀드 그룹은 2000년 설립됐으며 거래, 데이터 분석 툴, ESG 스크리닝, 포트폴리오 모니터링 등 다양한 솔루션을 제공하는 펀드 투자 플랫폼 기업이다. 현재 전세계 17개 지역에 사무실을 운영하고 있으며 6월 말 기준 1조3000억 유로(약 1840조원) 자산을 관리하고 있다.
크레디트스위스는 2019년 올펀드 그룹의 지분을 확보했으며 2020년까지 6억 달러의 수익을 기록했다. 그리고 지난해 올펀드 그룹이 상장되면서 일부 주식을 매각하는 등 상당한 수익을 올려왔다. 하지만 올해 올펀드 그룹의 주가가 하락하면서 손실이 5억 달러를 넘어선 것으로 보고됐다.
크레디트스위스가 올펀드 그룹 등의 지분을 매각한 것은 27일(현지시간) 예정된 3분기 실적 발표 전 까지 재정적으로 문제가 되는 부분을 일소할 필요가 있기 때문이다. 크레디트스위스는 구조조정에만 약 13조원이 필요한 것으로 추산되고 있으며 이를 충당하기 위해 자산 매각에 이어 전환사채 발행 등도 논의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크레디트스위스는 작년에 파산한 영국 그린실 캐피털과 한국계 투자자 빌 황의 아케고스 캐피털에 대한 투자 실패로 막대한 손실을 기록했다. 지난 7월까지 3분기 연속 적자가 이어지자 토마스 고트슈타인 크레디트스위스 최고경영자(CEO)가 자리에서 물러났다. 위기설이 확대되자 크레디트스위스는 구조조정에 필요한 자금을 조달하기 위해 미국 자산운용 부문 매각 절차에 돌입하는 한편 중동 자금 유치에도 적극 나서고 있는 상황이다.
크레디트스위스는 최근 외환시장 조작 혐의와 관련해 미국 법원 배심원들로부터 무죄 평결을 받았다. 앞서 연기금 등 투자자들은 지난 2007∼2013년 온라인 채팅방을 활용한 통화가치 조작으로 손해를 봤다고 크레디트스위스 등 세계 16개 IB를 대상으로 소송을 제기한 바 있다.
배심원들은 통화 가치 담합을 위한 업계의 조작 네트워크가 있었지만 원고 측이 크레디트스위스가 그 조작 네트워크의 일부였다는 것을 증명하지 못했다고 판단했다. 크레디트스위스가 이번 소송에서 패소했다면 190억 달러(약 27조3000억 원)의 금전적 손해를 부담할 수도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