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구루=정예린 기자] SK시그넷이 미국 스타트업과 손잡고 요금이 저렴하면서도 빠른 속도를 자랑하는 전기차 급속 충전기를 선보인다. 차세대 제품을 앞세워 글로벌 시장 내 선도적인 입지를 다진다는 계획이다.
미국 전기차 충전 시스템 회사 '일렉트릭 에라(Electric Era)'는 지난 6일(현지시간) SK시그넷과 파트너십을 체결했다고 발표했다. SK시그넷의 전기차 고속 충전기에 자사 고전력 저장 시스템 '파워노드(PowerNode)' 플랫폼을 결합하기로 했다.
양사는 지난 8월 사전 테스트를 진행한 바 있다. 당시 시연에 참여한 고객이 파워노드 플랫폼에 연결된 SK시그넷 충전기를 사용해 실제 전기차를 충전하는 데 성공했다. 긍정적인 시연 결과를 바탕으로 4개월여 만에 구체적인 사업화 방안을 논의하는 등 긴밀한 파트너사 관계로 발전했다. <본보 2022년 8월 25일 참고 SK시그넷, 미국서 고속충전 시연 성공>
SK시그넷과 일렉트릭 에라는 양사 기술 결합이 전기차 급속 충전 인프라를 확대하는 데 신호탄이 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그동안 전기차 급속 충전기는 이른바 '디멘드 요금(demand charge)'과 짧은 가동 시간으로 보급에 어려움을 겪어 왔다. 디멘드 요금은 급격히 증가한 전력 소비로 다른 지역보다 전력망, 송전, 배전 설비 유지 보수 비용이 많이 들어 추가로 부과되는 요금이다.
파워노드 플랫폼이 전력 피크를 평탄화해 디멘드 요금 부과를 방지하고 충전 비용을 감소시킬 수 있다는 게 일렉트릭 에라의 설명이다. 파워노드 플랫폼은 일렉트릭 에라가 자체 개발한 인공지능(AI) 기반 스토리지 솔루션이다. 독점 알고리즘을 통해 전력 피크(최대 부하)를 예측하는 등 효율적으로 관리하고 요금을 모니터링한다. 올 연말 정식 출시 예정이다.
양사는 접근성이 높은 편의점을 시작으로 현지 대규모 충전망 구축 작업에 착수할 계획이다. 퀸시 리 일렉트릭 에라 최고경영자(CEO)는 "SK시그넷과 일렉트릭 에라 모두 편의점이 미국에서 전기차 충전 노력을 주도하기에 이상적인 장소라고 생각한다"며 "편의점에 충전소를 설치하는 것은 미국 소비자에 경제적, 환경적 이점을 제공한다"고 강조했다.
오승준 SK시그넷 미국법인 법인장은 "우리는 초기 테스트 결과에 깊은 인상을 받았다"며 "일렉트릭 에라의 제품은 안정적이고 편의점과 같은 다양한 시나리오에서 잘 작동한다"고 평가했다.
한편 SK시그넷은 SK그룹의 투자전문 지주사인 SK㈜가 지분 53.4%를 인수한 글로벌 2위 전기차 충전 솔루션 회사다. 미국에서 각각 1, 2위 전기차 충전사업자인 일렉트리파이아메리카(EA)와 EV고에 초급속 충전기(150㎾·350㎾급)를 납품하고 있다. SK시그넷은 지난해 SK㈜의 자회사로 편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