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더구루=김형수 기자] 침체에 빠졌던 국내 면세점 소비 규모가 코로나19 엔데믹을 맞아 실적 청신호가 켜졌다. 각국 정부가 코로나19 바이러스 확산 방지를 위해 취했던 방역 조치를 완화하면서 하늘길이 다시 열림에 따라 면세 시장도 활성화될 것이라는 전망이다. 실제로 지난 4월 기준 인천공항을 출국자는 202만4364명으로 전년 동기 대비 528.78% 급증했다.
글로벌 시장조사기관 유로모니터는 12일 오는 2027년 여행객이 출국 시 국내 면세점에서 소비하는 평균 금액은 122달러(약 15만8100원)로 내다봤다. 올해 78달러(약 10만1100원)에 비해 156.41%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코로나19 이전인 2019년 105달러(약 13만6100원) 소비 규모를 상회할 것으로 보인다.
해외여행을 떠나는 내국인 규모가 늘어나면서 국내 면세 시장도 실적 상승을 기대하는 분위기다. 한국면세점협회 조사 결과 같은 기간 내국인 매출이 전체 매출에서 차지하는 비중(매출금액 기준)은 7.86%에서 17.83%로 늘어났다.
류연주 한국신용평가 선임 연구원은 "내국인 및 외국인 일반관광객 수요가 본격적인 회복세에 진입할 것으로 예상된다"면서 "중국 대리구매상에 편중된 수요기반이 다변화되고 면세수요가 확대돼 면세산업 실적 회복에 긍정적"이라고 전했다.
국내 면세업체들은 고객 경험 개선을 위한 움직임을 적극적으로 펼치며 소비자 유치에 힘을 쏟고 있다.
롯데면세점은 인공지능(AI)과 빅데이터를 활용한 초(超)개인화 마케팅 시스템 MAS(Marketing Automation System)를 구축했다. 구매 특성, 페이지별 체류 시간, 행사 반응률 등 세분화된 지표를 종합적으로 분석해 고객 개인 맞춤형 마케팅을 펼칠 수 있게 됐다. 롯데면세점은 80종의 고객 행동 기반 개인화 마케팅 시나리오를 2025년까지 200종으로 늘려 더욱 세분화된 개인화 마케팅을 선보일 계획이다.
신라면세점은 역시 인공지능 얼굴인식 전문기업 씨유박스와 스마트패스 시스템 구축을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업무협약은 △스마트패스 시스템에 대한 전반적인 정보 공유 △얼굴인식 결제 협의 등 스마트패스 시스템의 상업시설 적용방안 도출 △기타 스마트패스 시스템의 도입과 관련 협력 방안 모색 등을 골자로 이뤄졌다. 씨유박스와 협력해 스마트패스 시스템을 선제적으로 도입해 면세업계 첨단화를 선도한다는 계획이다. 인천공항에서 추진 중인 스마트공항 구축 사업과도 연계해 시너지 효과를 창출할 예정이다.
신세계면세점은 온라인몰에 취향 맞춤 추천관 ‘바이 미(BY ME)’를 열었다. 바이 미는 고객이 관심사 키워드를 선택하면 그것을 기반으로 맞춤 테마가 전시되고, 그에 따른 상품을 추천하는 큐레이션 형식으로 운영된다. 면세 시장의 주요 고객으로 자리잡은 2030세대를 겨냥했다. 다양한 취향을 지닌 이들이 보다 빠르게 원하는 상품을 찾고 구매를 할 수 있도록 했다.
유로모니터는 "디지털·몰입·체험이 면세쇼핑의 미래"라면서 "완전 회복세에 접어들고 있는 가운데 포스트 코로나 시대의 복잡한 여행자들의 수요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제품 제공 측면에서도 다양화의 중요성이 강조되고 있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