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더구루=정등용 기자] 글로벌 신용평가사 피치가 튀니지의 신용등급을 하향 조정했다. 튀니지의 재무 능력 회복에 의문 부호가 뒤따른다는 판단에서다.
피치는 12일 튀니지의 신용등급을 ‘CCC 포지티브(CCC+)’에서 ‘CCC 네거티브(CCC-)’로 하향 조정한다고 밝혔다.
이와 관련해 피치는 “우리의 기본 시나리오는 튀니지와 국제통화기금(IMF)이 올해 말까지 합의에 도달할 것을 가정으로 한다”면서도 “다만 이 날짜는 이전 예상보다 훨씬 멀고 위험도 여전히 높다”고 설명했다.
피치는 튀니지가 IMF와 합의에 실패할 경우 알제리와 아프리카 수출입 은행으로부터 25억 달러(약 3조2200억 원) 상당의 외부 자금을 조달할 것으로 전망했다.
그러나 피치는 튀니지 정부 재정 프로그램 중 50억 달러(약 6조4400억 원) 이상이 이미 외부 자금에 의존하고 있다며 재정 위기 가능성을 경고했다.
피치는 “튀니지에 대한 외부 자금 조달 부족은 준비금에 대한 압박을 가중시킬 것”이라며 “튀니지의 개혁은 실패로 귀결될 가능성이 높아졌다”고 분석했다.
튀니지는 지난 2010년 ‘아랍의 봄’ 혁명이 시작된 곳으로 유일하게 민주화에 성공한 국가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민주화 이후 국민들의 삶은 오히려 더 궁핍해졌다. IMF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 2020년 튀니지 재정 적자 폭은 국민 총생산 GDP의 11.5%에 달해 40년 만에 최악의 상황을 맞았다.
지난해에는 공공 부문에서 임금 지급이 지연되는 상황까지 벌어졌다. 특히 밀 수입량의 50%를 우크라이나에서 들여오는 튀니지는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밀 가격이 10여 년 만에 정점을 찍기도 했다.
가디언과 영국 여론조사기관 유고브(YouGov)가 아랍의 봄 10년을 맞아 실시한 조사에 따르면 튀니지 국민 41%는 “혁명을 후회한다”고 답했다.
IMF는 튀니지의 GDP(국내총생산) 성장률이 지난해 2.4%에서 올해 1.4%로 둔화할 것으로 예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