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구루=길소연 기자] 활주로에서 항공기를 되돌린, 이른바 '땅콩회항' 사건의 당사자 조현아 대한항공 전 부사장이 이름을 바꿨다. 갑작스런 개명을 두고 배경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재계 일각에선 '남매의 난' 이후 한진가(家)를 떠난 조 전 부사장이 개명을 계기로 이미지 개선은 물론 항공기 회항 사건 흔적 지우기에 나선 것으로 보고 있다.
◇조현아→조승연 개명…'땅콩회항' 흔적 지우기(?)
6일 더구루 취재에 따르면 한진가(家) 장녀인 조 전 부사장은 '조승연'으로 개명한 것으로 확인됐다. 조 전 부사장의 갑작스러운 개명으로 항공기회항 사건 흔적을 지우고, 경영 일선에 복귀하는 것 아니냐는 관측도 나온다.
다만, 남매의 난 이후 한진그룹과 조 전 부사장과의 연결고리가 끊긴 상황에서 경영 복귀는 사실상 어려울 것으로 분석된다.
한진그룹으로서도 조 전 부사장과의 연결고리가 사실상 없는 상황에서 조 전 부사장의 이번 개명을 계기로 항공기 회항 사건까지 다시 회자되게 되면 곤혹스러운 상황을 겪을 수 있다.
항공기 회항 사건은 지난 2014년 12월 조 전 부사장이 이륙 준비 중이던 기내에서 땅콩 제공 서비스를 문제 삼으며 난동을 부린 데 이어 비행기를 되돌려 수석 승무원을 하기시킨 사건을 말한다. 1등석에서 견과류 일종인 마카다미아를 접시에 담지 않고 봉지 째 줬다는 게 이유다.
예원학교와 서울예고 재학 중 하프를 전공한 조 전 부사장은 1999년 미국 코넬대에서 호텔경영학 학사를 취득한 뒤 대한항공 호텔면세사업부에 입사했다. 상무보로 2006년 대한항공 기내식 사업부 부본부장을 맡았고 이듬해 기내식 사업본부장, 기내식기판 사업본부장을 맡으며 대한항공 기내식을 총괄했다. 2011년에는 객실사업본부장까지 맡았다.
이후 2014년 대한항공 기내서비스, 호텔사업부문 총괄부사장으로 승진했으나 그해 벌어진 일련의 사건으로 부사장직을 비롯한 모든 직위에서 물러났다.
조 전 부사장은 현재 한진칼 지분을 연이어 매각하면서 사실상 경영권을 포기한 상태다. 지난 2020년 동생인 조원태 회장 등 경영진을 몰아내기 위해 KCGI, 반도건설과 '3자 연합'을 형성해 경영권 분쟁에 나섰지만 1년3개월 만에 와해됐다. 이후 정기적인 수입이 없던 조 전 부사장은 100억원이 넘는 상속세를 마련하기 위해 한진칼 주식을 처분하기 시작했다. 조 전 부사장은 현재 정석기업의 지분 4.59%를 소유한 상황이다.
◇오너일가 개명 후 새출발
조 전 부사장처럼 재계 총수일가 중에서는 개명한 사례들이 있다.
구본걸 LF(옛 LG패션) 회장의 여동생 구은영 씨는 남편의 성으로 바꾼 사례다. 2013년 구 씨에서 남편의 성인, 이 씨로 개명해 이은영 씨가 됐다.
김은선 보령제약 회장 아들인 유정균 씨도 경영 참여 과정에서 어머니의 성인 김 씨로 바꿔 김정균으로 경영일선에 나서게 됐다.
영신금속 창업자 3세 이규민씨는 개명 전 이용규였다. 삼남매인 오너 3세 가운데 지분이 5.41%로 가장 많은 3남 이규민 씨는 만 20세다. 영신금속은 1967년 볼트와 너트, 금속기계 등을 제조 및 판매하는 '영신십자크루제작소'를 모태로 한다. 주 고객사는 현대·기아차를 비롯해 한국GM과 르노삼성 등이다.
지난 2018년 도박·배임·횡령으로 구속된 박정규 전 세종공업 사장은 출소 후 박건으로 개명했다. 세정공업의 지분 27.3%를 갖고 있다. 그는 2020년 출소 후 다음 해인 2021년 초 세종공업에 복귀한 사실이 알려져 논란이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