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더구루=윤진웅 기자] 현대자동차 지난달 러시아 점유율이 사실상 '제로'(0)였다. 특히 기아 역시 1%대로 급락했다.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전쟁 여파로 생산과 판매망이 붕괴된데 따른 것이다. 현지 공장 매각 등 시장 철수할 가능성도 점차 높아지고 있다.
7일 러시아 연방 통계청인 유럽비즈니스협회(AEB·Association of European Business)에 따르면 현대차·기아는 지난달 러시아 시장에서 총 915대를 판매했다. 단일 브랜드 기준 현대차는 전년(2892대) 대비 99.9% 증발한 6대를, 기아는 전년(4004대) 대비 77.3% 급감한 909대를 기록했다. 점유율은 각각 0.01%와 1.5%에 그쳤다.
올해 들어 8월까지 누적 판매량은 총 1만71대이다. 현대차가 1605대, 기아가 8466대로 집계됐다. 현대차는 전년(4만6063대) 대비 96.5% 하락했고, 기아의 경우 전년(5만3478대) 대비 84.2% 감소했다. 누적 판매량 기준 점유율은 각각 0.4%와 2.2%에 불과하다.
지난해 3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에 따른 현지 시장 철수 이후 존재감이 빠르게 사라지고 있는 모양새다. 러시아 정부가 현대차·기아 차량을 관용차로 채택하는 등 수요가 끊이지는 않지만, 전체 판매량과 비교하면 미미한 수준이다. 무엇보다 전쟁이 장기화 조짐을 나타내고 있어 종전 이후 현지 시장 재진출을 위한 버티기 전략은 무의미하다는 데 의견이 모아지고 있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현대차 러시아 생산법인(HMMR) 매각도 점쳐진다. 당초 현대차는 HMMR을 보유하는 쪽으로 가닥을 잡고, 현지 부품 수급 상황에 따라 상트페테르부르크 공장에서 소량 생산을 재개할 계획이었다. 하지만 공급업체 선정 등에서 어려움을 겪었다. 현지 생산 재개에 따른 2차 제재와 글로벌 평판 하락 등에 대한 우려가 컸다. 지난해 나홋카 항구를 통한 새로운 물류 체인 구축에도 실패하며 운송 비용 절감 효과도 누리지 못한 상태에 이르렀다.
일각에서는 생산 시설 임대 가능성도 제기된다. 유휴 공장을 매각하지 않는 경우 선택할 수 있는 옵션으로는 임대가 유일하다는 설명이다. 주요 생산 라인에 특별히 영향을 미치지 않는 부분조립생산(SKD) 방식을 채택하게 될 것이라는 관측도 있다.
한편 지난달 러시아 자동차 시장 규모는 5만9332대로 집계됐다. 이는 전년(4만1698대) 대비 42.3% 상승한 수치이다. 올해 누적 시장 규모는 전년(41만548대) 대비 4.3% 감소한 39만2943대로 나타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