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구루=길소연 기자] 중국이 2만4000톤(t)급 초대형 해저 케이블 설치선을 건조해 해저 포설 경쟁력을 한단계 끌어올렸다. 중국 전선업체들이 한국 해저케이블 시장을 호시탐탐 노리고 있는 가운데 초대형 포설선까지 등장해 중국의 해저 시공 역량이 강화된다.
25일 업계에 따르면 중국국영전력회사인 국가전력망공사(国家电网, State Grid Corporation of China)가 지난 9일 2만4000톤(t)급 자국 최대 규모 해저 케이블 설치선을 진수했다. 진수는 새로 만든 선박을 선대나 도크에서 처음으로 물에 띄우는 것을 일컫는다.
'치판(Qifan)-19호'로 명명된 신조선은 75km의 3코어 AC 220kV 해저 케이블, 130km의 단일 코어 DC 300kV 해저 케이블과 2000km의 통신 광케이블 등이 탑재될 수 있다. 케이블 운반 용량만 무려 1만t이다. 심해에 해저 케이블을 부설하고 정비할 수 있다. 전기 추진식으로 가동되며, 디젤 발전기의 연비는 25% 향상되고 탄소 배출량은 20% 감소했다.
국가전력망공사는 해저 케이블 설치선의 최첨단 제트 수류식 케이블 매설기를 갖추고 있다. 최대 매설 깊이는 4.5m인 것으로 나타났다. 제트 수류식 매설기는 해저 지질이 견고한 곳에서도 굴착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다만 매설 속도가 느리고 굴착 깊이가 불안정하며 적용 수심이 50m에 지나지 않는다.
해저케이블은 해저에 부설돼 전세계를 연결해주는 통신망과 전력용으로 사용되는 케이블이다. 바닷속 수압과 염분을 견디기 위해 절연, 피복 기술이 더욱 중요하고, 중간 접속을 최소화하기 위해 케이블을 길게 뽑을 수 있는 장조장 제조 능력을 갖춰야 한다. 운반과 포설을 위한 특수 선박이 필요하고 장기간 포설 작업 시 지역별 기상, 조류, 해저 지질 등에 대한 대응력이 요구된다.
해상풍력발전 확대에 따라 해저 케이블 수요도 늘고 있다. 해상풍력의 혈관 역할을 하는 해저케이블은 해상풍력 발전 건설 비용 중 5~10%를 차지한다. 글로벌 해저 케이블망은 지난해 1만 6000㎞에서 2050년에는 24만 5000㎞에 이를 전망이다. 연평균 8200㎞의 해저케이블이 필요하다는 얘기다.
국내에서는 LS전선이 국내외 해상풍력 사업에서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 건조한 8000톤(t)급 해저 케이블 설치선 'GL2030'을 개발했다. 길이 93m, 폭 36m의 선박으로 전남 해남군 화원면과 신안군 안좌도 사이 약 7km를 해저케이블로 잇는데 투입됐다.
LS전선은 그동안 해외에서 포설선을 대여하며 일정 조율 등의 어려움이 많았다. 해저 케이블 설치선 GL2030을 직접 운영하면서 공사기간 단축은 물론 시공 노하우를 축적, 전문성을 강화할 수 있을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