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구루 라스베이거스(미국)=오소영 기자] 현대자동차는 수소차, 기아는 목적 기반 차량(PBV)을 미래 먹거리로 낙점했다. 현대차는 수소 생산부터 활용까지 전 주기에서 개발을 진행한다. 기아는 2025년 첫 중형 PBV인 PV5를 출시하고 대형과 소형으로 라인업을 확장한다.
◇현대차, '수소·소프트웨어'로 삶의 혁신 꾀한다.
장재훈 현대차 사장은 세계 최대 가전·IT 전시회 'CES 2024' 개막을 하루 앞둔 8일(현지시간) 미국 라스베이거스 만달레이베이 컨벤션 센터에서 열린 미디어 데이에 연설자로 나섰다. 그는 "청정 수소가 모두를 위해 모든 것에 에너지로 쓰이며, 어디에서나 활용 가능하도록 수소 사회 실현을 앞당기겠다"는 포부를 내비쳤다.
구체적인 청사진으로 현대차는 수소의 생산·저장·운송·활용 등 전체 주기에서 맞춤형 패키지를 설계하는 'HTWO 그리드(Grid) 솔루션'을 제공하겠다고 밝혔다. 이를 위해 메가와트(㎿)급 양성자 교환막(PEM) 수전해를 수년 내 양산한다. 자원순환형 수소 생산기술도 공개했다. 이는 음식물 쓰레기 등 유기성 폐기물을 수소로 전환하는 방식(W2H)과 폐플라스틱을 수소로 전환하는 방식(P2H) 등 두 가지로 구분된다.
또한 현대차는 수소 저장과 운송 관련 기술을 개발 중이다. 현재 서울 광진구에서 이동형 수소 충전소(H Moving Station)를 운영하고 있으며 향후 제주도 등으로 확장 운영을 검토하고 있다.
수소 관련 실증 사업에도 참여하고 있다. 대표적으로 인도네시아 정부, 민간 합작 프로젝트에는 W2H 생산 모델 중심의 HTWO Grid 솔루션을 제공한다. 미국 '캘리포니아 항만 친환경 트럭 도입 프로젝트(NorCAL ZERO)'에 엑시언트 수소전기차 30대를 공급해 테스르트를 진행하고 있다.
현대차는 이날 소프트웨어 중심의 대전환을 위한 그룹 중장기 전략 SDx (Software-defined everything)도 발표했다.
현대차는 외부 개발자들이 참여해 킬러 애플리케이션을 개발하는 '소프트웨어 개발키트(SDX)'를 만든다. 자체 개발한 대형언어모델(LLM) 기반 음성 어시스턴트와 AI 내비게이션을 적용해 사용자가 차량과 보다 안전하고 편리하게 상호작용하도록 한다.
소프트웨어 중심 대전환이 모빌리티 전반에 확산되면 효율적으로 차량을 관리하고 문제 발생 시 최신 데이터에 기반해 의사결정을 즉각적으로 내릴 수 있다. 궁극적으로 이동 디바이스와 모빌리티, 로지스틱스 나아가 도시 전반 체계의 안정적이고 효율적인 운영으로 이어진다는 게 현대차의 시각이다.
수소와 소프트웨어를 통해 현대차는 모빌리티를 단순히 이동수단을 넘어 일상 전반의 편안함을 주는 공간으로 탈바꿈한다. 이는 현대차 브랜드 비전 '휴머니티를 향한 진보(Progress for Humanity)'와도 맞닿아 있다. 현대차는 진보된 소프트웨어와 인공지능(AI)의 활용으로 다양한 제약으로부터 이동의 자유를 제공한다. 수소에너지를 도입해 환경오염 저감과 동시에 에너지 사용의 평등한 기회로 사회를 화합하겠다는 포부다.
◇기아, '소형부터 대형까지' PBV 라인업 확장
기아는 같은 날 '미디어 데이'를 통해 ‘지속 가능한 PBV 모빌리티 솔루션의 미래 전략’을 공개했다.
송호성 기아 사장은 “PBV는 머지않아 모빌리티의 세계를 혁신적으로 변화시킬 것이며, 많은 사람들은 PBV가 모빌리티의 표준이 되는 시대를 맞이하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기아는 PBV의 개념을 ‘Platform Beyond Vehicle(차량 그 이상의 플랫폼)’로 재정의했다. 자유로움과 유연성을 갖춘 맞춤형 설계로 새로운 비즈니스와 라이프스타일 제공은 물론, 혁신적인 공간 활용을 통한 효율적인 차량 내 경험을 제공한다는 것이 핵심이다.
기아는 새롭게 정의한 PBV 사업을 토대로 라인업을 구축한다. 2025년 기아 최초의 전용 PBV 모델인 중형 PV5를 출시할 계획이다.
PV5는 차량 호출, 배달, 유틸리티 등의 사용 목적에 따라 다양한 라이프 모듈을 교체할 수 있는 컨버전 기능을 탑재한다. 전용 EV 플랫폼과 확장된 휠베이스가 만들어낸 넓고 평평한 실내 공간이 특징이다. 책상과 같은 평면을 제공하는 운전석 콕핏과 위로 꺾어서 책상 램프로 활용할 수 있는 스티어링 휠은 운전자에게 사무실과 같은 경험을 제공한다.
대형과 소형 라인업도 추가된다. 대형 PBV인 PV7은 라인업 가운데 가장 넓은 공간을 제공하며 주행 거리도 길어 다양한 용도에 적합한 모델이다. 소형 PBV인 PV1는 단거리 물류 운송에 최적화됐다. 드라이빙 모듈을 사용해 좁은 공간에서 회전 반경을 최소화할 수 있다. 직각 운행이나 사선 주행, 제자리 회전 등 자유로운 움직임이 가능해 운행이 불가능한 좁은 공간에서도 빠르게 이동할 수 있다.
기아는 올해 CES에서 △PV5 베이직 △PV5 딜리버리 하이루프 △PV5 샤시캡 등 PV5 콘셉트 모델 3대를 비롯해 △PV1 콘셉트 △PV7 콘셉트 모델 각 1대 등 총 5대의 콘셉트 모델 라인업을 최초로 선보일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