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구루=정예린 기자] 삼성전자가 로봇 공학에 초거대언어모델(LLM) 기반 생성형 인공지능(AI) 기술을 통합하는 작업에 속도를 내고 있다. 삼성전자 중국 선행 연구개발(R&D) 조직이 앞장서고 있는 가운데 차세대 제품·서비스에 적용될지 주목된다.
4일 삼성전자에 따르면 삼성리서치 차이나(SRC)는 이달 발행된 국제 전기전자공학자협회(IEEE)의 로봇 전문 학술지 'RA-L(Robotics and Automation Letters)'에 '로봇GPT: 챗GPT을 통해 학습하는 로봇 조작 방법'이라는 제목의 논문을 게재했다. 삼성전자와 외부 교수진과의 공동 연구 결과로, 삼성리서치 차이나 소속 연구원 2명이 저자로 이름을 올렸다.
이번 연구에서 삼성전자는 로봇을 작동하는데 오픈AI의 챗GPT를 적용한 프레임워크 일명 '로봇GPT'를 소개했다. 주변 환경 신호를 자연어로 변환해 챗GPT가 작업 코드를 생성한 뒤 실제 활용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연구팀은 코드 생성·대화 유연성이 뛰어난 챗GPT의 특성에 착안, 인간 사용자와 로봇 간 직관적이고 효율성 높은 상호 작용이 가능하다고 판단했다.
연구팀은 로봇GPT에 △의사결정 봇 △평가 봇 △교정 봇이라는 3가지 역할을 부여했다. 인간 사용자가 로봇에 작업을 지시하면 로봇GPT가 분석한 정보를 바탕으로 자연어 프롬프트를 생성한다. 의사결정봇이 프롬프트를 기반으로 실행 코드를 생성하고 작업에 착수한다. 실행 가능한 코드는 평가 봇을 통해 테스트된다. 테스트를 통과하지 못하면 오류의 원인을 분석하고 수정을 위해 다시 의사결정 봇으로 보낸다. 이후 평가 봇의 조건을 만족한 코드를 활용해 데모 데이터를 만들고, 훈련 후 실제 로봇에 배포한다.
실제 테스트에서 로봇GPT와 챗GPT-3.5에 같은 챌린지를 부여해 시험한 결과, 로봇GPT의 문제 해결 능력이 월등히 뛰어난 사실을 확인했다. 연구팀은 40개의 맞춤형 집안 물건을 정리하는 작업과 주어진 알파벳을 사용해 가장 긴 단어의 철자를 맞추는 게임을 진행했다. 로봇GPT의 성공률은 91.5%을 기록하며 챗GPT의 결과를 앞섰다. 엔지니어인 인간 피실험자의 수동 코딩과 비교했을 때는 정리 작업 시간은 양측이 유사했고 알파벳 철자 게임에서 로봇GPT가 소요 시간을 절반 이상 단축했다.
연구팀은 "실험에서 작업 난이도를 측정하는 지표를 구축하고 작업 난이도가 높아질수록 챗GPT 실행 성공률이 감소하는 것을 관찰한 반면 로봇GPT는 91.5%의 성공률로 이런 작업을 수행할 수 있어 더욱 안정적인 성능을 보여준다"며 "챗GPT를 전문가로 활용해 로봇GPT를 훈련하는 것은 챗GPT를 작업 플래너로 직접 사용하는 것보다 더 안정적인 접근 방식"이라고 강조했다.
다만 "전반적으로 로봇 공학과 LLM의 통합은 아직 초기 단계에 있다"며 "우리 실험은 초기 탐색일 뿐이며, 이 분야의 향후 연구 대부분은 로봇 공학에서 챗GPT 기능을 적절하게 사용하는 방법을 탐색하는 것이라고 믿는다"고 덧붙였다.
삼성전자는 신성장동력 중 하나로 로봇을 낙점하고 관련 기술 개발에 전력을 쏟고 있다. 자체 기술을 적용해 만든 로봇 라인업을 확장하고 제품 출시를 서두르는 한편 레인보우로보틱스 등 유망 기업에 대한 지분 투자도 단행했다.
올해는 로봇 상용화에 집중할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 2020년 열린 세계 최대 전자·IT 박람회 'CES'에서 AI 기반 반려 로봇 '볼리' 초기 모델을 선보인 데 이어 올 초 'CES 2024'에서 진화된 제품을 공개했다. 웨어러블 보행 보조 로봇 '봇핏(EX1)'의 B2C(기업과 소비자 간 거래) 시장 출시도 예고했다. 봇핏을 시작으로 돌봄 로봇 등 다양한 성격의 판매용 로봇을 선보일 것으로 관측된다.
한편 삼성리서치는 삼성전자의 모바일, 헬스 및 메디컬, 네트워크, 디스플레이, 가전 등을 포괄하는 DX부문의 선행 연구개발 조직이다. 중국을 포함해 미국, 영국 등 국내외 14개국에 15개 연구소를 운영 중이다. 중국에는 베이징과 난징 등에 거점을 두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