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구루=윤진웅 기자] 현대자동차가 전기차 캐즘(일시적 수요 감소) 현상을 거스르고 있다.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의 '전기차 올인 전략'을 토대로 국가별 맞춤형 판매 전략을 수립한 결과, 최대 시장 중 하나인 미국 전기차 시장에서 성장을 거듭하고 있다. 당초 미국 인플레이션 감축법(IRA) 시행으로 전기차 판매가 주춤할 것이라는 예상을 완벽하게 뒤집었다.
4일 현대차 미국판매법인(HMA)에 따르면 현대차는 지난달 미국 시장에서 총 7만8485대를 판매했다. 이는 전년 대비 12% 상승한 수치이다. 특히 친환경차 시장에서 강세를 나타냈다. 같은 달 친환경차 판매가 전년 대비 50% 확대됐다. 순수 전기차(BEV)의 경우 전년 대비 42% 성장했는데, 이 중 E-GMP 플랫폼 기반 전용 전기차 모델은 전년 대비 62% 급증한 5548대가 팔렸다. 전체 판매량에서 전용 전기차가 차지하는 판매 비중은 전년(4.9%) 대비 2.2%포인트 상승한 7.1%를 나타냈다.
전용 전기차 중에선 아이오닉5가 압도적인 판매량을 나타냈다. 같은 달 전년 대비 82% 늘어난 4449대를 기록하며 월간 최다 판매 기록을 썼다. 이전 최고 기록은 지난해 7월에 세운 4135대였다. IRA에 따라 현지 출시 이후 약 2년 동안 현지 보조금 혜택을 누리지 못하고 있음에도 지속해서 인기를 얻고 있다. IRA는 지난 2022년 8월부터 시행된 법안이다. 북미에서 최종 조립한 전기차에 한해 대당 최대 7500달러(약 1000만원)가 세액 공제되는 형태로 보조금 혜택을 제공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아이오닉5에 이어 아이오닉6도 실적을 뒷받침하고 있다. 같은 달 전년 대비 13% 증가한 1099대 판매를 기록했다.
이 같은 전용 전기차 활약으로 현대차 미국 전기차 판매 그래프는 지속해서 우상향하고 있다. 올해 들어 5월까지 이들 전용 전기차 2개 모델 누적 판매량은 2만971대로 집계됐다. 이는 전년 대비 67% 확대된 수치이다. 같은 기간 아이오닉5가 전년 대비 43% 증가한 1만4973대, 아이오닉6가 전년 대비 188% 급증한 5998대를 기록했다. 전체 누적 판매량(33만1982대)에서 이들 모델이 차지하는 비중은 6.3%로 나타났다.
이들 전용 전기차의 인기는 지난해 연간 판매량과 비교하면 더욱 실감 난다. 앞서 현대차는 지난해 미국 BEV 시장에서 아이오닉5와 아이오닉6 총 4만6917대를 판매했다. 당시 이들 모델의 브랜드 내 판매 비중은 약 5.9%를 차지했었다.
현대차의 현지 맞춤형 전략이 통하고 있다는 평가이다. 현대차는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의 '전기차 올인 전략'을 토대로 현지 전기차 시장 입지 확대에 드라이브를 걸고 있다. 특히 IRA에 따른 보조금 리스크를 덜어내고자 리스 시장을 공략하며 판매량을 끌어올리고 있다. 실제 현대차 전용 전기차를 이용하는 현지 고객의 60~70%가 리스 고객인 것으로 나타났다.
현대차는 상반기에 이어 하반기에도 전용 전기차 판매 모멘텀을 이어가겠다는 각오다. 랜디 파커(Randy Parker) HMA 최고경영자(CEO)는 "친환경차 라인업이 전년 대비 50% 증가하는 등 성과를 내고 있다"며 "아이오닉 시리즈뿐 아니라 싼타페 하이브리드 모델이 지난달 전년 대비 116% 세 자릿수 성장하는 등 인기를 얻고 있다"고 전했다.
한편 현대차 지난달 미국 수소차 판매는 6대에 그쳤다. 이는 전년 대비 63% 감소한 수치이다. 올해 들어 누적 판매량은 전년 대비 28% 줄어든 70대로 집계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