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HBM 수출제한" 美 압박 이틀만에 中 관영매체 "삼성·SK, 굴복하지 말아야"

중국 관영 영자지 '글로벌타임스' 보도
"HBM 수출 통제시 시장 규모·이익 줄어 韓 기업에 타격"
"美, 자국 이익 위해 韓에 희생 강요…中과 협력해야"
삼성·SK, HBM 시장 92% 차지…美中 분쟁에 진퇴양난

[더구루=정예린 기자] 중국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를 상대로 자국에 대한 고대역폭메모리(HBM) 수출을 확대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미국이 한국에 HBM 관련 대중 규제 동참을 촉구하자 역으로 우리 기업을 압박하고 나선 것이다. HBM이 양국 간 분쟁의 새로운 쟁점으로 떠오르며 우리 기업은 고래 싸움에 등 터지는 새우 꼴이 될 위기에 놓였다. 

 

중국 관영 영자지 글로벌타임스는 13일(현지시간) "(미국의 대중) 수출 제한이 HBM 칩으로 확대된다면, 이 모든 사건의 가장 큰 피해자는 한국의 반도체 산업이 될 것"이라며 "한국 반도체 제조사들은 미국의 압력에 굴복해 자신의 이익을 희생하기보다는 중국 내 입지를 유지하고 협력을 강화하기 위한 노력을 아끼지 않아야 한다"고 보도했다. 

 

이어 "AI 분야에서 선두 자리를 차지하려는 미국은 AI 개발을 용이하게 하기 위해 고급 반도체를 포함한 리소스를 확보하려는 노력을 늦추지 않을 것"이라며 "한국은 미국으로부터 점점 더 큰 압박에 직면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글로벌타임스는 미국이 오로지 자국 이득을 위해 한국을 이용하고 있는 것이라고 경고했다. 미국의 요구대로 HBM 대중 수출을 제한하고 미 동맹국에만 판매할 경우 글로벌 수출 시장이 위축되고, 이는 곧 기업의 이익 감소로 이어질 것이라고 관측했다. HBM을 미래 먹거리로 삼고 사업 확장에 전력을 쏟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우리 기업의 경쟁력에 큰 타격을 줄 것이라는 분석이다.

 

매체는 "미국이 워싱턴의 전략적 이기심을 위해 한국 기업에 매출과 이익을 희생하도록 강요한다면 한국 기업에서 직접 돈을 훔치는 것과 크게 다르지 않을 것"이라며 "한국은 미국의 수출 제한과 워싱턴의 '분리' 추진에 인질이 되는 것을 피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그러면서 "미국의 경제적 강압과 괴롭힘이 위험을 초래하는 시기에 중국 경제와 시장은 큰 기회를 나타낸다"며 "워싱턴의 악의적인 칩 전쟁과는 대조적으로 중국은 반도체 협력 측면에서 한국을 포함한 다른 국가와 윈윈 로드맵을 모색해 왔다"고 경제 파트너로서 중국의 이점을 피력하며 중국을 포함한 시장으로의 HBM 수출 확대를 촉구했다. 

 

앨런 에스테베스 미 상무부 산업안보차관은 지난 10일 워싱턴DC에서 열린 한미 경제안보 컨퍼런스에서 한국의 HBM 기술력을 언급하며 "HBM 역량을 우리 자신과 우리 동맹의 필요를 위해 개발하고 사용할 수 있게 하는 게 중요하다"며 "이 부분에서 한국과의 협력에 감사한다"고 말했다. 

 

정인교 통상교섭본부장은 HBM 수출 통제와 관련해 "미국이 아직 아무 것도 확정하지 않은 상태에서 우리가 뭐라고 얘기할 수가 없다"면서도 "그런 이슈에 대해 미국이 우리한테 협의를 요청하고 있다"며 사실상 미국과의 대중 HBM 규제 협력을 논의 중이라고 밝혔다. 

 

에스테베스 차관이 HBM을 콕 찝어 언급한 것은 AI 시대를 맞아 태동하는 HBM 시장 초기에 HBM에 대한 중국의 접근을 차단하겠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미 정부가 이렇듯 노골적으로 HBM 규제에 한국을 끌어 들이면서 우리 정부와 기업은 진퇴양난의 상황에 놓이게 됐다. 미국 뿐만 아니라 중국도 무시할 수 없는 거대 시장이자 교역국이기 때문이다. 

 

미국의 압박 수위는 더욱 거세질 것으로 예상된다. 앞서 미국이 진행하고 있는 대중 무역 제재가 실패했다는 비판을 받고 있기 때문이다. 첨단 반도체 수출 규제 수위를 지속 강화하며 제재를 가했지만 이렇다 할 성과를 보지 못한 채 중국의 반도체 자체 기술 개발 의지만 불태워 역효과를 냈다는 평가가 주를 이루고 있다. 

 

HBM은 여러 개의 D램을 수직으로 쌓아 기존 D램보다 데이터 처리 속도를 높인 고성능 D램이다. 최근 차세대 메모리 업계 '키맨'으로 이목을 한 몸에 받고 있다. 챗GPT 중심의 생성형 AI 시장 확대로 HBM 주문이 급증하며 일부 제품군의 경우 공급 부족 현상도 관측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글로벌 HBM 시장은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마이크론이 꽉 잡고 있다. 특히 SK하이닉스와 삼성전자의 시장점유율은 92%에 달한다. 

 

중국은 현재 주요 반도체 기업들을 앞세워 HBM 자체 생산을 추진 중이다. 창신메모리(CXMT·중국명 长鑫存储技术)는 지난 2월 미국과 일본 장비업체로부터 HBM 조립·생산에 적합한 제조·테스트 장비를 주문했다. HBM 생산에는 극자외선(EUV) 노광장비 같은 최첨단 기술이 필요 없어 최신 장비를 사용하지 않아도 되기 때문에 미국과 일본의 장비 수출 통제를 피할 수 있다. <본보 2024년 2월 2일 참고 中 창신메모리 HBM 생산 추진…美·日서 장비 주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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