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구루=김형수 기자] 지난 2017년 5월 서울 송파구 잠실에 위치한 서울스카이 118층에 있는 스카이데크에서 서울을 내려다보는 상전(象殿) 신격호 당시 롯데그룹 총괄회장의 입가에는 미소가 번졌다. 30년 만에 실현된 본인의 숙원사업을 두눈으로 직접 확인했기 때문이다.
당시 고(故) 신격호 명예회장이 찾은 서울스카이는 글로벌 경쟁력을 갖춘 복합 관광명소를 설립하겠다는 30여년에 걸친 그의 집념 끝에 맺은 결실이다. 우여곡절 끝에 건설된 롯데월드몰·타워는 현재 쇼핑과 관광을 한번에 즐길 수 있는 공간으로 각광받고 있다. 한해 5500만명에 달하는 국내외 관광객들의 발길이 이어지며 한국을 상징하는 랜드마크로 자리매김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1988년 부지 매입 이후 30년 만에 결실
3일 롯데에 따르면 롯데월드몰·타워 설립 프로젝트는 신 명예회장이 지난 1988년 1월 서울시로부터 8만6000㎡ 규모의 부지를 매입하면서 본격화됐다. 서울 송파구 잠실에 있는 석촌호수 서호를 중심으로 롯데월드를 건설하고, 석촌 동호를 중심으로 '제2롯데월드'를 조성해 잠실을 국내 대표 관광지로 육성하겠다는 것이 당시 그의 구상이었다.
신 명예회장은 해당 프로젝트에 착수하면서 임승남 당시 롯데건설 대표에게 "이 사업이 실패하면 우리(롯데) 그룹은 망한다"고 으름장을 놨다. 대한민국 역사에 존재하지 않았던 건물, 가장 복잡한 건물로 200년 이상 이 땅에 자랑스럽게 남아야 한다는 게 신 명예회장은 주문했다.
오랜 꿈을 현실로 옮기는 것은 쉽지 않았다. 첫 샵을 뜬 프로젝트는 순조롭지는 않았다. 암초를 만나 난항을 겪었다. 1990년 서울시가 항공법, 공군기지법 규정 등을 근거로 제2롯데월드 건설 계획에 대한 불허 판정을 내리면서 프로젝트가 좌초될 위기도 맞았다. 김영삼 정부, 김대중 정부 기간에도 교통 문제, 도시계획 등을 이유로 사업 계획은 번번이 반려됐다.
빌딩 디자인도 쉽지 않았다. 1987년 첫 구상 이후 30여 년 동안 건물 도면은 총 17번 바뀌었다. 이명박 대통령이 2008년 취임하면서 기회가 찾아왔다. 신 명예회장이 이명박 당시 대통령을 직접 설득하면서 2011년 지상 123층 높이 초고층빌딩을 포함한 제2롯데월드 전체 단지 건축허가 최종승인을 획득했다. 본격적인 공사가 시작된 건 2010년에 들어서였다. 이후 공사가 일사천리로 진행되면서 2014년 10월 롯데월드몰과 아쿠아리움, 지난 2017년 4월 롯데월드타워로 지금의 모습을 모아냈다.
앞서 신동빈 회장은 "롯데월드몰이있기까지 아버지 신격호 명예회장께 경의와 감사를 보낸다"며 "조국에 랜드마크를 만들겠다는 아버지의 뜻에 따라 세워진 롯데월드타워는 대한민국 랜드마크를 넘어 세계인을 사랑을 받는 건축물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 대표 랜드마크로 자리매김
엔터테인먼트·관광·쇼핑 시설을 두루 갖춘 롯데월드몰·타워는 해외여행객들을 한국으로 불러모으는 대표 관광명소로서의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지난해의 경우 5500만명이 롯데월드몰·타워를 찾으면서 연간 최다 방문객 기록을 경신했다.
신격호 회장이 찾았던 초고층 전망대 서울스카이는 방한해외여행객들 사이에서 필수 방문 코스로 꼽히고 있다. 한국을 여행하는 외국인들의 모습을 담아낸 예능 프로그램 ‘어서와 한국은 처음이지’에도 종종 등장한다. 서울스카이는 두바이 부르즈 할리파(828m), 중국 상하이타워(632m) 등에 이어 세계 6위 규모의 초고층 빌딩 롯데월드타워(555m)에 자리해 서울을 한눈에 조망할 수 있다는 점이 각광받고 있다.
롯데월드몰·타워는 서울스카이 이외에도 650종·5만5000마리의 해양생물을 볼 수 있는 롯데월드 아쿠아리움, 20개관·4180석 규모의 멀티플렉스 롯데시네마 월드타워점, 세계 최고 수준의 음향시설이 설치된 롯데콘서트홀 등의 시설을 갖추고 있다.
차별화된 시설과 MD를 갖추고 고품질 쇼핑 경험도 제공하고 있다. 국내 도심 면세점 가운데 최대 규모로 '국산 화장품 특화존'이 조성된 롯데면세점 월드타워점, 구찌·프라다·페라가모 등 유명 글로벌 브랜드 매장이 다수 입점한 롯데백화점 잠실점 등이 있다.
롯데물산 관계자는 "롯데월드타워는 세계에서 여섯 번째로 높은 건물로, 그 자체로 관광 명소이자 상징성 있는 건축물"이라면서 "또한 쇼핑, 문화, 레저를 한 곳에서 즐길 수 있어 원스톱 관광지로 효율성이 높다"고 말했다.
한편 최근 발간한 회고록에도 신 명예회장의 심경이 나와 있다. 그는 "롯데월드타워를 짓는 동안 ‘몇 년이 지나면 투자금을 회수할 수 있느냐’고 묻는 사람이 꽤 많았다. 나는 간단하게 대답했다. 회수 불가. 이윤 창출 관점에서 보면 이는 기업인의 역할을 포기한 것과 같다. 나의 셈법은 조금 다르다. 서울의 품격을 높이고 한국의 국격을 높이는 데 일조한다면 그 가치는 돈으로 환산하기 어렵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