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구루=김형수 기자]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의 '뉴롯데'(New Lotte)가 10년을 맞는다. 신 회장은 고(故) 신격호 롯데그룹 총괄회장의 ‘소공동 시대’에 이은 '잠실 시대'로 롯데그룹을 100년 기업으로 이끌어갈 채비를 갖춰 나가고 있다. 기존의 매출이나 이익 등 숫자로 제시된 성장과 결과 중심의 목표를 설정한 것을 대신해 앞으로는 '사회적 책임과 가치 경영'을 앞세워 지속 가능한 성장을 추구하는 기업으로 탈바꿈하겠다는 게 신 회장의 의지다.
3일 롯데에 따르면 신동빈 회장은 지난 2017년 8월 롯데월드몰·타워로 첫 출근길에 나서며 '잠실 시대'를 알렸다. 신 회장은 잠실 집무실로 출근하면서 "롯데월드타워 신사옥으로 롯데그룹을 100년 기업으로 이끌어 갈 새로운 출발을 하게 됐다"고 말했다.
당시 롯데지주 주식회사가 닻을 올리면서 오랜 병폐였던 순환출자고리와 한일롯데 계열구조가 정리됐다. 롯데지주는 중복사업을 합병하고 사업포트폴리오 조정, 부동산 등 보유자산 효율화, 자회사들의 새로운 성장동력 확보와 이머징마켓 사업 확대를 지원했다.
이미 롯데지주의 출범으로 그동안 불투명한 지배구조로 인해 저평가됐던 기업가치에 대한 재평가가 이뤄지고 있다. 앞서 신 명예회장은 지난 50년 롯데를 재계 5위 기업으로 키웠지만 내수 위주의 사업으로 한계도 분명했다. 신 회장이 경영 전면에 나서면서 롯데는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하는 등 상황은 180도 바뀌었다.
실제 글로벌 사업에 힘을 쏟고 있다. 신 회장은 지난달 폴란드 바르샤바에서 '원롯데 식품사 전략회의'를 직접 주재하고 한·일 롯데 협력 강화를 통한 글로벌 제과사업 확대 등 해외시장 공략을 주문했다. 오는 2035년까지 빼빼로를 매출 1조원의 '글로벌 톱10·아시아 넘버원' 브랜드로 육성하겠다는 목표를 제시했다.
혁신경영에도 드라이브를 걸고 있다. 올해 1월 '2024년 상반기 VCM'(Value Creation Meeting)에 이어 지난 7월 '2024년 하반기 VCM'에서 연달아 AI(인공지능) 도입을 통한 혁신의 필요성을 역설했다. AI를 단순히 업무 효율화 수단으로 여기는 기존의 인식에서 벗어나, 본원적 사업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한 도구로 적극 활용해야 한다는 주문이다.
실제 신 회장의 지휘 아래 그룹의 두축인 화학과 유통 부문은 AI를 활용한 사업 역량 제고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롯데케미칼은 지난 2월 기초소재산업과 첨단소재 사업 특성을 반영한 별도의 AI 조직을 신설했다. AI, 머신러닝 등 최첨단 기술을 활용해 제품 물성 개선, 시뮬레이션 기반 반응기 설계 등을 추진하기 위해서다.
롯데마트·슈퍼는 지난 4월 과일 AI 선별 시스템을 도입했다. 기존 비파괴 당도 선별기에 딥러닝 기반의 첨단 AI를 활용한 농산물 품질 판단 시스템을 더해 선별의 객관성과 정확도를 한층 높였다. 롯데백화점은 지난 7월 생성형 AI를 활용한 전방위 업무 혁신을 시작했다. 업무 매뉴얼에 대화형 AI 챗봇을 도입했다.
신성장 동력 확보에도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 지난 7월 롯데이노베이트 자회사 이브이시스(EVSIS)는 일본 롯데홀딩스의 지원을 받아 차데모(CHAdeMO) 협의회로부터 전기차(EV) 급속충전기 30kW 모델과 120kW 모델에 대한 차데모 인증을 획득했다. 차데모는 일본 도쿄전력이 개발한 전기차 급속충전기 규격이다.
신 회장은 혁신을 통해 신사업 기회를 모색하고 세계 시장에서 살아남을 수 있는 경쟁력을 키워야 한다고 강조한다.기업의 사회적 책임과 역할에 대한 요구가 높아지고 있다는 점을 잊어서는 안 된다는 게 신 회장의 얘기다.
신 회장은 "지난 1967년, 창업주인 신 총괄회장이 롯데제과를 설립한 이래 롯데는 고객들에게 행복을 전하고 국가경제 발전에 이바지하는 기업이 되기 위해 노력해왔다"며 "롯데월드타워는 롯데의 상징이자 대한민국의 랜드마크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