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구루=윤진웅 기자] 현대자동차가 아세안 2위 자동차 국가로 부상한 말레이시아에 자동차 조립 공장을 마련한다. 인도네시아와 베트남, 파키스탄, 방글라데시에 이어 말레이시아까지 동남아 5개 국가를 잇는 현대차 '신남방 생산 벨트'를 구축한다. 동남아 자동차 시장에서 일본차를 따라잡기 위한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의 전략이 속도를 내고 있다.
26일 말레이시아 국제통상산업부에 따르면 현대차는 내년 말레이시아 북서부 케다주 쿨림 지역에 21억6000만 링깃(한화 약 6800억 원) 규모 자동차 조립 공장을 설립한다. 이는 역대 현대차 말레이시아 투자액 중 가장 높은 수치이다.
현대차는 이곳 공장에서 향후 5년간 7개 모델을 생산할 계획이다. 생산은 완전분해조립(Completely Knocked Down·CKD) 방식으로 이뤄진다. CKD는 완성차가 아닌 부품 상태로 수출한 뒤 현지에서 조립해 판매하는 생산 방식을 말한다. 현지 가격 경쟁력 확보를 위한 현지 부품 조달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현대차 말레이시아 제조판매업체 사임다비 모터스의 역할은 축소될 전망이다. 사임다비 모터스는 현재 현대차 말레이시아 공장이 들어서는 쿨림 지역 이노콤 공장에서 현대차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모델인 싼타페를 생산하고 있다.
이번 현대차 현지 공장 설립 관련 말레이시아 국제통상산업부는 "안와르 이브라힘(Anwar Ibrahim) 말레이시아 총리가 방한 기간 현대차 고위 관계자와 비공개 회동을 가진 데 따른 성과"라고 설명했다. 자프룰 아지즈(Zafrul Aziz) 말레이시아 국제통상산업부 장관은 "현대차 말레이시아 공장 설립에 따라 많은 일자리 창출이 예상된다"고 강조했다.
현대차는 말레이시아 공장을 토대로 현지 맞춤형 전략을 강화, 말레이시아 시장 내 입지를 확대하겠다는 목표다.
말레이시아는 지난해 3분기를 기점으로 태국을 제치고 인도네시아에 이어 동남아시아 두 번째 큰 자동차 시장으로 떠오른 국가이다. 지난해 연간 시장 규모는 전년 대비 11% 두 자릿수 증가한 79만9731대로 사상 최고치를 나타냈으며 올해 1분기 자동차 시장 규모는 전년 대비 5% 증가한 20만2245대를 기록했다.
한편 현대차는 지난해 말레이시아 시장에서 총 1507대를 판매했다. 이는 전년(1310대) 대비 15% 두 자릿수 성장한 수치이다. 시장 점유율은 0.2%, 브랜드별 판매 순위는 21위를 기록했다. 20위인 프리미엄 브랜드 포르쉐와의 판매 격차는 19대에 불과한 수준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