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구루=정예린 기자] 삼성전자와 독일 차량용 반도체 회사 '엘모스 세미컨덕터(이하 엘모스)'가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동맹을 강화한다. 엘모스가 최근 팹리스(반도체 설계) 전문 업체로 변화를 꾀한 가운데 앞선 메모리 제조 기술력과 생태계를 갖춘 삼성전자 파운드리와의 협력을 확대, 양사 간 파트너십이 더욱 공고해질 전망이다.
엘모스는 6일(현지시간) "엘모스와 삼성 파운드리는 협력을 더욱 확대할 것"이라며 "파트너십 강화를 통해 기술 개발을 가속화하고 최첨단 솔루션에 대한 접근성을 확대할 예정"이라고 발표했다.
구체적인 추가 협력 내용은 밝히지 않았다. 다만 엘모스가 작년 도르트문트 웨이퍼 공장을 매각, 기존 반도체 제조업을 완전히 떼어내고 팹리스 업체로의 전환을 완료한 만큼 삼성전자와의 파트너십이 더욱 중요해질 전망이다. 이번 협력 확대 발표도 팹리스 업체로의 전환에 따라 삼성 파운드리를 통한 생산 확대를 염두에 둔 행보로 풀이된다. 엘모스는 기존 삼성과의 자동차용 반도체 생산 협력을 바탕으로 차세대 기술 개발과 첨단 공정 기반 칩 신제품 출시 등을 도모할 것으로 예상된다.
엘모스는 1984년 설립된 차량용 반도체 회사다. 차량용 반도체를 개발해 생산·유통하는 사업을 영위했으나 팹리스로의 전환을 위해 웨이퍼 생산 시설 매각을 추진해왔다. 당초 중국 정부와 관련 있는 IT기업인 사이그룹의 스웨덴 자회사 실렉스에 공장을 넘길 예정이었으나 독일 정부 반대로 무산됐다. 이후 지난달 31일 미국 '리틀퓨즈'가 9300만 유로에 엘모스 공장을 인수했다.
삼성전자와 엘모스 간 인연은 지난 2020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양사는 당시 차량용 반도체 기술 개발·생산 협력 계약을 맺었다. 5년여 간의 협력 기간 동안 삼성전자의 130나노미터(nm) 바이폴라-CMOS-DMOS(BCD) 공정 기술을 기반으로 만든 10개의 차량용 칩을 시장에 선보였다.
130나노 BDC 공정은 삼성전자의 주요 파운드리 포트폴리오 공정 중 하나다. BCD 공정은 Bipolar(아날로그 신호제어), CMOS(디지털 신호제어), DMOS(고전압 관리) 트랜지스터를 하나의 칩에 구현한 기술이다. 주로 전력 반도체 생산에 활용된다. BCD 공정을 통해 AI 애플리케이션(앱)의 에너지 효율성을 증대하고, 고감도 센서 기술로 엣지 디바이스의 정확도를 높일 수 있다는 게 삼성전자의 설명이다.
작년 미국 캘리포니아주 실리콘밸리에서 개최한 '삼성 파운드리 포럼 2023’에서 삼성전자는 현재 양산중인 130나노 전장 BCD 공정을 2025년 90나노까지 확대한다는 계획을 밝힌 바 있다. 90나노 전장 BCD 공정은 130나노 대비 약 20% 칩 면적 감소가 기대된다. 130나노 BCD 공정에 120볼트를 적용한 공정설계키트(PDK)를 연내 공급한다는 목표도 제시했다.
삼성전자가 BDC 공정을 130나노에서 90나노까지 확대한다는 점을 미뤄봤을 때 엘모스와의 추가 협력도 90나노 BCD 공정 분야에서 이뤄질 가능성이 점쳐진다. 삼성전자의 90나노 BCD 공정에서 생산한 차량용 칩을 출시하는 것이다.
엘모스 관계자는 "성공적인 파트너십의 시작 이후, 삼성 파운드리는 엘모스의 팹리스 제조 전략을 강화하는 중요한 파트너로 자리잡았다"며 "삼성은 자동차 애플리케이션에 적합한 다양한 최신 프로세스 기술에 접근할 수 있게 해주며, 엘모스는 이를 통해 효율적으로 반도체를 생산할 수 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