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구루=정예린 기자] 고려아연의 호주 자회사 '아크에너지(Ark Energy)'가 지분 투자한 맥킨타이어(MacIntyre) 풍력발전소의 2차 가동 시점이 예상보다 늦어질 전망이다. 지난달 발생한 풍력터빈 블레이드 파손 사고의 복구 작업으로 가동 목표에 차질이 생겼기 때문이다. 대표적인 호주 신재생에너지 사업이 예상치 못한 난관에 부딪힌 가운데, 임시 주주총회를 앞두고 있는 모회사 고려아연에 미칠 영향에 대한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21일 맥킨타이어 발전소 개발·시공을 맡고 있는 스페인 신재생에너지 회사 '악시오나에너지(Acciona Energía)'에 따르면 회사는 터빈 공급업체 '노르덱스(Nordex)'와 협력해 사고 원인을 조사하고 복구 작업을 진행 중이다. 사고 직후 터빈 가동과 건설을 전면 중단했으나, 이달 초부터 블레이드 파손 터빈을 제외한 나머지 터빈은 다시 전력을 생산하고 있다.
맥킨타이어 풍력발전소는 지난달 16일(현지시간) 강풍과 번개를 동반한 심한 폭풍우로 인해 일부 터빈 블레이드가 부러지는 사고를 겪었다. 작년 10월 초 첫 가동에 돌입한지 두 달여 만이다.
악시오나에너지는 사고 발생 직후 즉각 비상 대응팀을 가동해 규제 당국에 통보하고 터빈 가동과 관련 공사를 모두 중단했다. 인명 피해는 발생하지 않았다. 1차 가동에 돌입한 27개 터빈 중 블레이드가 파손된 1개를 제외한 26개 터빈은 이달 초 가동을 재개했다. 2차 가동분 공사도 다시 시작했다. 사고가 발생한 터빈은 원인 조사를 지속하고 있으며 조사와 처리가 마무리되는 시점은 미정이다.
문제는 발전소 2차 가동 시점이다. 맥킨타이어 발전소는 작년 10월 발전소에 설치될 162개의 터빈 중 27개를 가동하며 1차 전력 생산을 개시했다. 이후 12월 25일께까지 추가 27개를 활성화할 계획이었으나 예기치 못한 사고로 인해 2차 전력 생산을 진행하지 못했다.
복구에 소요되는 기간이 길어짐에 따라 발전소 운영 지연이 더 장기화될 가능성도 남아있다. 아크에너지와 악시오나에너지는 당초 올해 3분기까지 터빈 162개를 모두 가동한다는 계획이었다. 하지만 1차 운영이 일시 중단됐던데다 2차 가동 시기도 불분명해지면서 완공 시점을 장담할 수 없게 됐다.
앤드류 차이키브스키 악시오나 대변인은 "사고 영향을 받은 터빈 주변에 배제 구역을 설정했으며, 조사가 완료될 때까지 그대로 유지될 것"이라며 "현재 파손된 블레이드를 제거할 방법을 찾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조사팀은 영향을 받은 풍력 터빈과 블레이드에 대한 모든 기록을 검토하고 있다"며 "조사 및 복구 프로세스는 블레이드 고장의 원인을 철저히 이해하기 위해 수행하는 데 시간이 걸릴 것"이라고 덧붙였다.
맥킨타이어 발전소는 호주에서 가장 큰 규모의 풍력발전소다. 지난 2022년 3월 착공해 작년 10월 기준 공정율 85% 이상을 달성했다. 풍력터빈 162개가 설치돼 923MW 규모의 용량으로 운전된다. 발전소가 완전 가동되면 60만 이상 가구가 1년 동안 사용할 수 있는 전력을 생산할 수 있다.
고려아연은 아크에너지를 통해 풍력발전사업 초기부터 주요 투자자로 참여했다. 작년 4월 계열사인 맥킨타이어(Ark Energy MacIntyre)를 통해 약 6700억 원을 투입, 지분 30%를 확보했다. 보유 지분만큼 전력을 확보해 호주 자회사 썬메탈(SMC)에 공급한다. 썬메탈은 2040년까지 제련소에 필요한 전력의 100%를 재생에너지에서 조달할 계획이다.
맥킨타이어 풍력발전소 가동에 차질을 빚으면서 고려아연과 최대 주주인 영풍·사모투자펀드(PEF) 운용사 MBK파트너스 간 경영권 분쟁에도 추가적인 긴장감을 불러일으킬 가능성이 커졌다. 영풍과 MBK파트너스가 그동안 제기해온 부실 투자 우려가 다시 불거지며, 고려아연의 신재생에너지 사업에 대한 불확실성이 재조명될 수 있기 때문이다. 고려아연의 경영권 향방은 오는 23일 열리는 임시 주주총회에서 결정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