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구루=윤진웅 기자] 미국 제너럴모터스(GM)가 '멕시코산' 트럭을 미국에서 생산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미국과 멕시코 관세 전쟁에서의 부담을 최소화하기 위한 현실적인 대응책을 마련하기 위해서다. GM과 더불어 관세 영향권에 놓인 기아 역시 미국 공장 활용을 통한 부담 완화를 고려하고 있지만, 멕시코 동반 진출 부품사와 수출 전략 등과 충돌하는 부분이 있어 고심이 깊어지고 있다.
5일 GM 전문소식지 'GM 오소리티(GM Authority)'에 따르면 GM은 멕시코 실라오(Silao) 공장에서 생산하는 쉐보레 실버라도와 GMC 시에라 등 대형 트럭 모델을 미국 인디애나주 포트 웨인(Fort Wayne)으로 옮기는 방안을 마련하고 있다.
트럼프 행정부의 관세 위협이 실현될 가능성에 대비하기 위해서다. GM 멕시코는 라틴 아메리카에서 가장 큰 자동차 제조업체로 현지 생산량의 약 80%를 미국으로 수출하고 있다. 그만큼 관세 부과 시 부담이 만만치 않은 구조이다. 실제 GM 멕시코 공장은 지난해 트럭 36만2929대를 생산했는데 이들 물량 대부분이 미국 시장으로 수출됐다. 나머지는 중동 및 남미 국가로 공급됐다.
GM은 일단 관세가 결정될 것으로 알려진 3월 이전까지 플랜을 마련하고 즉각 대응에 나설 계획이다. 미국과 멕시코 간 장기 협정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지만 미리 예방책을 세울 방침이다. 메리 바라 GM 최고경영자(CEO)는 "GM은 멕시코와 캐나다, 미국에서 픽업 트럭을 생산하고 있다"며 "여러 시나리오를 검토한 결과 일부 생산 라인을 미국으로 이전할 수 있는 역량은 충분하다"고 설명했다.
기아는 이러한 GM의 동향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마찬가지로 멕시코 관세 영향권에 속해 있어 GM만큼이나 대응 전략이 시급한 상태이다.
기아는 2016년 준공한 멕시코 몬테레이 공장에서 연간 25만대의 자동차를 생산하고 있다. 이 중 15만대가량은 미국 수출용인데, 관세 부과시 수출 강화 전략 등에 직격탄을 맞을 수밖에 없다.
몬테레이 공장 생산 물량을 미국 조지아 공장으로 이전하는 방안이 거론된다. 조지아 공장은 중국과 유럽에 이은 기아 세 번째 글로벌 생산 기지로 미국 시장 공략을 위한 핵심 기지 역할을 담당하는 곳이다. 261만2000㎡ 부지에 프레스, 차체, 도장, 조립 등 일관 생산체제를 갖춘 자족형 완성차 생산공장으로 연산 34만대 규모의 생산능력을 갖췄다.
하지만 단순히 생산 국가를 변경하기에는 셈법이 복잡하다. 이미 현대차그룹 부품 계열사인 현대모비스·현대위아 ·현대트랜시스도 몬테레이에 진출해 있기 때문이다. 업계 관계자는 "조지아 공장은 IRA 대응 차원에서 텔루라이드와 쏘렌토 등 내연기관 모델과 함께 전기차를 생산하는 투트랙 전략을 시행하고 있다"며 "멕시코 공장 생산 모델을 이전하기에 장벽이 높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