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더구루=윤진웅 기자] 미국과 러시아가 사우디아라비아에서 우크라이나 전쟁의 종전 방안을 놓고 협상을 시작한 가운데 전쟁 여파로 러시아에서 철수했던 현대자동차그룹의 재진출 여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특히 업계에서는 러시아 복귀의 필요조건인 바이백 시한이 올해 말이라는 점에서 이번 협상 이후 어느 정도 가닥이 잡힐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혹 바이백 시한을 놓칠 경우, 새로운 공장을 인수하거나 재설립하는 방안까지 염두에 둘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20일 업계에 따르면 현대차는 러시아 시장 복귀 가능성을 고려해 상트페테르부르크 공장을 인수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이는 지난 18일 사우디아라비아 리야드에서 미국과 러시아가 고위급 회담을 열고 우크라이나전 종전 방안 마련을 위한 협상을 제기하면서 급물살을 타고 있다.
상트페테르부르 공장의 바이백 시한은 올해 말이다. 현대차는 지난 2023년 12월 러우 전쟁 여파로 가동이 중단된 이 공장을 러시아 벤처캐피탈 아트파이낸스에 1만 루블(약 14만 원)에 매각했다. 당시 현대차는 2년 이내에 되살 수 있는 권리(바이백) 옵션을 매각 계약에 포함했었다.
하지만 바이백은 현대차 러시아 재진출의 필요조건에 불과하다. 바이백 옵션을 행사하더라도 현대차가 러시아에 재진출한다는 명제가 성립되지 않을 수 있다. 새로운 공장을 인수하거나 재설립하는 경우가 충분조건에 해당한다. 글로벌 완성차 업체가 러시아 시장으로 복귀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기도 하다.
공장 문제를 제외하고는 이미 러시아 시장 복귀 기반은 다져놓은 상태이다. 자사 모델명과 브랜드 등을 보호하기 위해 상표권을 확보했다. 러시아 시장에서 완전 철수했음에도 상표권에 대한 법적 보호를 받을 수 있게 된 것이다. 러시아 현행법에 따르면 상표 권리자가 3년간 사용하지 않은 상표는 취소될 수 있다.
지난해 연방지식재산권국에 제네시스 브랜드를 포함한 자동차, 자동차 부품, 액세서리 관련 최소 18건의 상표등록 신청서도 제출했다. 실제 상품 출시 여부는 정해지지 않았다. 해당 상품을 복제하려는 자나 비공식 딜러로부터 상품명을 보호하기 위한 전략의 일환이다.
현대차에 있어 러시아는 놓치고 싶지 않은 주요 시장 중 하나이다. 현지 시장 철수 이전인 지난 2021년 기준 현대차·기아는 로컬 브랜드인 라다에 이어 연간 38만대 안팎의 판매고를 기록했었다. 기아의 경우 20만5801대를 판매, 시장 점유율은 12.6%를 차지했으며, 8년 연속 러시아 수입차 브랜드 1위를 기록했었다.
업계 관계자는 "러시아 시장 복귀 관련 자동차 제조업체뿐만 아니라 조선, 전자 회사들 사이에서도 긍정적인 기대감이 형성되고 있는 분위기"라며 "현대차를 비롯한 다양한 글로벌 기업들이 재진출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