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더구루=오소영 기자] 조주완 LG전자 사장이 미래 먹거리를 찾을 지역으로 '글로벌 사우스(Global South)'를 콕 찝었다. 인도와 중동 등 신흥 시장에서 사업 기회를 발굴한다. 기존 주력 시장인 미국에서는 트럼프 2기 행정부의 상호 관세에 대응해 미국 공장 내 생산 확대를 검토하고, 우크라이나와의 종전 기대감이 커지고 있는 러시아 시장도 예의주시한다.
조 사장은 25일 서울 여의도 LG트윈타워에서 개최된 제23기 정기 주주총회에서 "올해부터 기존 성장전략에 '지역'이라는 전략의 축을 더해 성장 잠재력이 높은 유망 지역의 성장 가속화를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세계 1위 인구 대국인 인도는 LG가 주목하는 글로벌 사우스의 대표 지역이다. LG전자는 1997년 인도 시장에 진출했다. 냉장고와 세탁기, 에어컨, TV 등에서 점유율 1위를 올리며 사세를 키워왔다. LG전자 인도법인의 기업공개(IPO)도 추진 중이다. 향후 인도 특화 제품을 앞세워 생산·서비스·연구개발(R&D) 인프라를 강화하며 사업 영역을 확대할 계획이다.
조 사장은 "1인당 국내총생산(GDP)가 3000~4000달러에 진입하면 가전보급률이 10~20% 성장하는데, 인도는 2026년부터 1인당 GDP 3000달러에 진입할 것"이라며 "인도 가전 1등에 안주하지 않고 국민 브랜드로 도약하겠다"라고 포부를 내비쳤다.
또한 IT 기업이 모이는 중동과 AI 데이터센터 투자가 늘고 있는 아시아 지역을 집중 공략하며 성장 드라이브를 건다.
미국에서는 트럼프 행정부의 상호 관세 부과에 대응해 현지화를 준비하고 있다. 조 사장은 "테네시에 세탁기 공장을 만들고 거기서 냉장고, 오븐 등을 생산할 수도 있도록 부지 등을 준비해 놨다"며 "부지 정비나 가건물 올리는 작업은 이미 진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러시아 시장도 눈여겨보고 있다. LG전자는 지난 2022년 우크라이나 전쟁 여파로 러시아 루자 공장 가동을 멈췄었다. 최근 휴전 협상이 진전을 보이며 생산을 부분 재개했다. 조 사장은 "아직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이 종료되지 않아 조심해서 보고 있는 상태"라며 "규제 등이 해제가 되면 (생산을) 시작할 수 있다고 보고 지금은 예의주시하고 있다"라고 부연했다.
조 사장은 이날 주총에서 해외 사업 청사진과 함께 2030년까지 질적 성장 영역의 매출 비중을 50% 이상으로 확대한다는 목표도 내놨다. LG전자는 지난해 △기업간거래(B2B) △가전구독·웹OS 플랫폼 등을 포함한 서비스사업(Non-HW) △소비자직접거래(D2C) 등의 질적 성장 영역의 매출 비중이 42%를 차지했다. 수요와 가격 변동성이 낮은 B2B에 역량을 집중하고, 가전 구독 또한 해외로 적극 확대하며 지속 성장을 도모한다.
B2B 사업의 일환으로 LG전자는 마이크로소프트(MS)가 구축하는 차세대 인공지능(AI) 데이터센터에 칠러 공급을 추진하고 있다. 조 사장은 오는 26일 방한하는 사티아 나델라 MS 최고경영자(CEO)와 만나 세부 사항을 논의할 것으로 전망된다.
조 사장은 "어느 정도 구체적 협업을 해야 할지 모르지만, AI 에이전트 공동 개발과 MS 데이터센터에 LG전자 칠러가 들어가는 건 확인됐다"고 말했다.
한편, LG전자는 이날 주총에서 재무제표 승인, 정관 변경 승인, 이사 선임, 감사위원회 위원 선임, 이사 보수한도 승인 등을 원안대로 승인했다. 권봉석 ㈜LG 부회장을 기타비상무이사로, 조주완 LG전자 사장(CEO)을 사내이사로 재선임했으며, 신규 사외이사로 강성춘 서울대 경영대학 교수(한국인사관리학회 부회장)를 선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