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더구루=오소영 기자] 이웅선 SK하이닉스 인디애나 법인장(부사장)이 미국 퍼듀 대학에서 열리는 건축 포럼에 기조연설자로 나선다. 반도체와 직접적인 관련이 없는 행사임에도 법인장이 직접 나선 건 투자처인 인디애나주에서 정부·교육 기관과 협력을 공고히 하겠다는 의지로 분석된다. 지역 사회와 연대하고 패키징 공장 건립에 힘을 쏟는다.
26일 국제건축연구정보협의회(CIB)에 따르면 이 법인장은 오는 5월 19일부터 23일까지 열리는 'CIB 세계 건축 총회(CIB World Building Congress, 이하 WBC) 2025'에서 기조연설자로 연단에 선다.
WBC는 건축, 도시 공학, 환경 공학 등 다양한 분야 전문가들이 모여 지식을 교류하고 최신 연구 결과를 발표하는 행사로 CIB가 주최한다. 올해 행사 주제는 '지속 가능한 건축 환경 – 건설 커뮤니티의 역할을 통한 UN 지속가능발전목표(SDGs) 달성'이다. 이 법인장은 이날 기초적인 반도체 기술을 소개하고 최신 동향을 공유한다.
SK하이닉스는 주요 투자자로 행사에 참석하게 됐다. 포럼이 열리는 퍼듀대와는 반도체 연구와 인재 양성에 협력하고 있다. 뭉 치앙 퍼듀대 총장은 앞서 "우리에게는 인프라와 인력이 있고, 함께 협력해 비즈니스를 성공시킬 수 있는 혁신이 있다는 점을 (SK하이닉스에) 내세웠다"며 협력에 대한 의지를 피력했었다.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의 칩스법 폐지 발언으로 미국 반도체 산업이 급변하는 상황에서 인디애나주 내 확고한 입지 구축은 중요하다.
칩스법은 미국 내 반도체 제조·연구·생산을 촉진하기 위해 총 527억 달러(약 75조원) 규모의 보조금을 제공하는 법안이다. SK하이닉스는 인디애나주에 38억7000만 달러(약 6억원)를 투자하는 대가로 최대 4억5800만 달러(약 6600억원)를 확보했다. 막대한 인센티브를 고려해 투자를 결정했으나 트럼프 2기 행정부에서 보조금을 축소할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달 초 상·하원 합동회의 연설에서 칩스법 폐기를 거론했다.
현지에서는 트럼프의 계획이 당장 실현될 가능성이 낮다고 의견이 우세하다. 칩스법의 수혜주에 지역구를 둔 공화당 의원들의 반발이 만만치 않아서다.
하지만 반도체 투자에 대한 트럼프 정부의 압박은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대만 파운드리 회사 TSMC의 웨이저자 회장은 최근 트럼프 대통령과 면담한 뒤 미국에 1000억 달러(약 150조원)를 투자하겠다고 발표했다. TSMC는 애리조나주에 650억 달러(약 95조원)를 쏟아 반도체 공장 건설도 진행 중이다. 1공장 가동에 돌입했고 2공장은 2027년 양산, 3공장은 2027년 말 생산 설비를 설치할 예정이다.
트럼프의 압박 속에 지역 사회의 높은 지지는 SK하이닉스에도 긍정적이다. 치앙 총장은 최근 "반도체 산업을 강화하고 생명공학 분야의 혁신을 촉진하는 것이 국가 전략의 핵심"이라며 칩스법 폐지에 대한 우려를 내비쳤다. SK하이닉스의 든든한 우군 역할을 자처하며 적극적으로 목소리를 내고 있다. <본보 2025년 3월 15일 참고 '칩스법, 진짜 폐지되나' 속앓이하는 SK하이닉스>
SK하이닉스는 작년 4월 인디애나주 웨스트라피엣에 인공지능(AI) 메모리용 어드밴스드 패키징 생산기지를 건설하겠다고 밝혔다. 이후 3분기 웨스트라피엣(West Lafayette LLC) 법인을 신설하고, 이 부사장을 법인장으로 선임했다. 2028년 하반기 양산을 목표로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