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더구루=정예린 기자] 미국 고스트로보틱스 사족보행 로봇 '비전60'에 장착되는 로봇팔의 실물이 처음으로 공개됐다. 정밀 조작 기능까지 더해져 군수·재난 대응 등 다양한 분야에서 무인지상로봇의 활용 범위를 획기적으로 넓힐 것으로 기대된다.
5일 업계에 따르면 고스트로보틱스는 지난달 28일(현지시간)부터 이틀간 캐나다 오타와에서 열린 현지 최대 방산 전시회 'CANSEC 2025'에 참가해 매니퓰레이터 암(Manipulator Arm)을 선보였다. 비전60에 탑재 가능한 로봇팔 형태의 모듈로, 정밀한 물체 조작과 복잡한 임무 수행을 지원한다.
고스트로보틱스의 매니퓰레이터 암은 6자유도(6 Degrees of Freedom)를 제공하며, 최대 1미터까지 팔을 확장할 수 있다. 모터 자체로 힘을 감지하는 직접 구동 방식을 채택해 정교한 힘 제어와 문 개방 등의 작업을 수행하고, 카메라가 내장된 핀서와 25파운드의 그립력을 갖춰 섬세한 조작은 물론 상황에 따라 강한 제어도 가능하다. '백드라이버블(back-drivable)' 구조를 통해 로봇 다리와 유사한 회복력을 확보한 점도 특징이다.
제어 시스템은 로봇 본체와 팔의 움직임을 자동으로 조율, 팔과 몸체의 통합적인 조작 성능을 극대화한다. 이로 인해 폭발물 처리(EOD), 재난 대응, 제조현장, 위험지역 임무 등 다양한 분야에서 활용이 가능할 것으로 기대된다.
고스트로보틱스는 CANSEC에서 캐나다 파트너사인 군사·보안 장비 전문업체 '밀브룩 택티컬(Millbrook Tactical)'가 마련한 부스를 통해 매니퓰레이터 암을 소개했다. 이전에도 비전60에 여러 액세서리를 장착한 사례는 있었지만, 로봇팔 형태의 매니퓰레이터가 정식으로 시연·전시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다만 구체적인 개발 배경이나 출시 계획 등은 알려지지 않았다.
고스트로보틱스의 매니퓰레이터 암이 상용화되면 무인지상로봇의 임무 수행 능력이 확대될 전망이다. 특히 군사 작전, 재난 대응, 폭발물 처리 등 위험한 환경에서 사람 대신 복잡하고 정밀한 작업을 수행함으로써 현장 안전성과 작업 효율성이 크게 개선될 것으로 예상된다. 제조업 등 산업 현장에서도 자동화 수준을 한 단계 끌어올려 생산성 향상과 비용 절감 효과를 거둘 수 있다.
모듈형 4족 보행 로봇인 비전60은 길이 95cm, 높이 68.5cm, 무게 51kg의 제품이다. 최대속도는 초속 3m, 최대 운용거리는 10km다. 알루미늄 합금 소재로 만들어지며 전방 색상감지 카메라, 후방 색상·깊이 감지 카메라, 배터리 등으로 구성된다. 최장 3시간 운용이 가능하다. 자갈밭이나 언덕, 계단과 같은 평탄하지 않은 지형에서도 움직임에 무리가 없고, 센서와 조명 등도 부착해 실외 활동에 강하다.
CANSEC은 캐나다 오타와에서 매년 열리는 북미 최대 규모의 국방 및 보안 전문 전시회로, 캐나다 국방 및 보안산업협회(CADSI)가 주관한다. 군, 정부, 산업 관계자들이 대거 참석해 최신 무기체계, 무인 시스템, 사이버보안, 방호 기술 등을 선보이는 자리다.
한편 LIG넥스원은 작년 7월 고스트로보틱스 지분 60%를 2억4000만 달러에 인수하며 최대 주주 자리에 올랐다. 매입가의 40%에 해당하는 1260억원을 한국투자PE로부터 조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