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더구루=오소영 기자] 남호주 주정부가 와일라(Whyalla) 제철소 매각을 추진하며 포스코를 잠재 인수 후보군으로 꼽았다. 남호주 주정부는 내년 하반기까지 주인을 찾아 호주 철강 공급망의 중요한 역할을 맡고 있는 현지 제철소를 정상화하겠다는 계획이다. 다만, 친환경 사업을 전면에 내세우며 서호주에 대규모 투자를 하고 있는 포스코가 추가적으로 현지 제철소 인수에 나설지는 미지수다.
26일 호주 공영 ABC 방송과 일간 '오스트레일리안 파이낸셜 리뷰(AFR)' 등 현지 매체에 따르면 피터 말리나우스카스(Peter Malinauskas) 남호주 주총리는 "최소 33개 기업이 와일라 제철소 인수를 검토하고 있다"라고 밝혔다. 이어 "약 60%는 해외 기업"이라며 "(후보군에는) 글로벌 철강 기업들이 포함돼 있다"고 덧붙였다.
말리나우스카스 총리는 구체적인 사명을 언급하지 않았으나 한국과 일본, 인도 기업이라고 힌트를 줬다. 이 발언으로 현지에서는 포스코를 비롯해 일본제철, 인도 JSW그룹, 호주 블루스코프 등이 와일라 제철소의 잠재 인수자로 뽑혔다.
와일라 제철소는 1941년 문을 열었다. 호주 구조용 강재 공급량의 약 75%를 담당하며 남호주 최대 고용주다. 당초 호주 광산 기업 BHP 소유였지만 2000년대 BHP에서 분사한 애리엄(Arrium)으로 넘어갔다. 2017년 애리엄의 파산으로 지에프지얼라이언스(GFG Alliance)으로 소유주가 바꼈다. 지에프지얼라이언스는 '그린 제철소'를 표방하며 재건에 집중했으나 실패로 끝났다. 올해 초부터 남호주 정부에서 직접 관리하며 새 주인을 찾고 있다. 앞서 제철소 구조조정을 맡은 호주 기업인 코르다멘타(KordaMentha)는 최대 12곳과 협상하고 있다고 밝혔는데, 현재 관심 기업은 30개 이상으로 두 배 이상 증가한 상황이다.
말리나우스카스 주총리는 "제철소를 매각하고 미래를 준비하려면 아직 갈 길이 먼다"면서 "글로벌 철강사들, 특히 컨소시엄의 형태로 많은 기업이 관심을 보이고 있다는 점은 우리가 올바른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다는 강력한 신호"라고 강조했다.
남호주 주정부는 내년 하반기로 매각 시점을 예상하고 있다. 인수자를 찾기 전까지 제철소 운영을 지속하고자 지난 2월 3억8400만 달러(약 5200억원)에 이어 이달 동일한 규모의 예산을 추가 배정했다. 3억8400만 달러는 연방과 주정부가 각각 절반씩 부담할 계획이다. 연방 정부가 지난 3월 발표한 2025~2026년 예산안에도 와일라 제철소 재건이 반영됐다.
한편, 포스코는 호주를 그린스틸 사업의 거점으로 삼고 있다. 서호주 부다리 산업단지에 2031년 완공을 목표로 직접환원철(HBI·철광석에서 산소를 제거해 환원된 원료) 공장을 짓고 있다. 1단계로 연 200만 톤(t)의 HBI를 생산하며 향후 1200만 t까지 확장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