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더구루=정예린 기자] 우크라이나 정부가 약 1억원에 달하는 현대자동차의 최고급 미니밴 스타리아를 구매한 사실이 확인됐다. 차량 공급업체가 페트로 포로셴코 전 대통령과 연계된 회사로 드러나면서 정치적 배경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10일 우크라이나 통신사 'UNN'에 따르면 우크라이나 자산관리공사(ARMA)는 최근 국가 전자입찰시스템 '프로조로(Prozorro)'를 통해 현대차 스타리아 브론즈 구매 입찰을 진행했다. 약 300만 흐리우냐(약 9860만원)의 가격에 유일 입찰자인 '보그단 오토'가 낙찰자로 선정됐다.
입찰 공고에는 △전륜구동 △나파 가죽 인테리어 △시트 통풍·열선 기능 △보스(BOSE) 오디오 시스템 △64색 앰비언트 조명, 금고 △틴팅 △ARMA 로고 마킹 등이 세부 사양으로 명시됐다. 문제는 사실상 현대차 스타리아의 고급 트림과 일치하는 수준이었다는 점이다.
보그단 오토는 대표인 빅토르 루트코프스키와 'ZNVKIF 보그단-캐피탈'이 공동 소유한 회사다. 이들 법인은 포로셴코 전 대통령과 그의 측근인 올레흐 흐라드콥스키 전 국가안보차관이 영향력을 행사하는 '우크프롬인베스트' 그룹 계열사로 알려져 있다. 입찰 사양이 현대차 공식 홈페이지에 게시된 제품 설명과 거의 일치하고, '또는 동급'이라는 문구로 형식적 경쟁 가능성만 남겨둔 점 등을 고려할 때 특정 차종과 업체에 맞춘 '맞춤형 입찰'이라는 비판이 나온다.
보그단 오토가 현대차 스타리아를 낙찰 대상으로 제안한 배경에는 여러 전략적 계산이 있었던 것으로 해석된다. ARMA가 요구한 세부 사양을 충족할 수 있는 차량은 우크라이나 시장에서 사실상 스타리아가 유일해 다른 모델을 찾기보다 정확히 부합하는 차량을 제안하는 것이 낙찰 가능성을 높이는 최선의 방안이었다는 분석이다. 또 보그단 오토는 현대차 공급망에 대한 경험을 갖춰 차량 확보와 제안 면에서도 스타리아가 가장 현실적인 선택지였다는 평가가 나온다.
일각에서는 이처럼 특정 사양을 설정해 경쟁을 사실상 배제한 입찰 구조가 정치적 보은성 수의계약에 가까운 사례라고 지적하고 있다. 특히 전시 상황에서 대부분 정부기관이 지출을 줄이고 있는 가운데 ARMA가 고가의 차량을 구매한 점에 의문이 제기된다. 정치권 개입 여부는 구체적으로 확인되지 않았으나 △차량 사양 △입찰 방식 △낙찰자와 정치인의 관계 등 복합적인 요소가 맞물리며 논란이 확산되는 모양새다.
국제 반부패 비정부 기구 '국제투명성기구(Transparency International)' 우크라이나 지부는 "사양이 제조사 웹사이트의 설명을 거의 그대로 옮긴 수준"이라며 "형식적 법 준수를 위해 '또는 동급'이라는 문구만 덧붙인 것"이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