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더구루=김나윤 기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예고한 50% 구리 관세 부과 조치가 시행되기도 전에 미국 시장에 큰 파장이 발생했다. 업계는 "수입 감소, 주문 지연, 공급망 혼란 등 조기 충격이 이미 시작됐다"고 진단했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8월 1일 부터 구리를 포함한 일부 금속류에 50%의 고율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발표한 바 있다. 이에 따라 미국 전역의 수입업체들은 사전 확보에 나서는 동시에 신규 주문을 보류하고 있다.
텍사스 소재 금속 유통사 RM-Metals의 샘 데사이(Sam Desai) 부사장은 "우리는 해외에서 구리를 들여와 국내 제조업체에 납품하고 있는데 미국 시장에서는 관세 리스크를 반영해 이미 가격이 크게 올랐다"며 "50%라는 수치는 예상보다 훨씬 높아 수입량을 줄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어 "고객들 역시 이 정도 수준의 관세를 감수하고 싶어 하지 않는다"며 구매를 미루는 분위기를 전했다.
이런 반응은 당초 예상보다 훨씬 높은 수준인 트럼프 대통령의 구리 관세가, 이미 미국 산업 공급망에 영향을 미치고 있음을 보여준다. 이로 인해 "건설과 제조에 사용되는 금속 수요가 잠식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실제 관세가 시작되기 전부터 미국 내 금속 가격은 상승세를 보이며 기업들이 조기 대응에 나섰다. 뉴욕의 COMEX(코멕스) 구리 선물은 연초 대비 약 38% 상승했으며 이는 런던금속거래소(LME) 구리 가격 상승률 10%를 크게 웃돈다. 현재 뉴욕 구리 가격은 런던 대비 프리미엄이 붙은 상태다.
미국 최대 구리 합금 제조업체인 아비바 메탈스(Aviva Metals)의 구매 관리자 로저 다인스(Roger Deines)는 "모든 것이 명확히 결정되기 전까지는 실질적인 경영 결정을 내리기 어렵다"며 불확실성을 토로했다.
구리는 주택, 통신망, 가전제품, 컴퓨터 칩, 에너지 전환 설비 등 거의 모든 산업 분야에 활용되는 핵심 소재다. 특히 최근에는 전기차 배터리, 데이터센터, 재생에너지 인프라에서 수요가 급증하고 있어 공급망 충격이 미 전체 산업 전반에 연쇄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크다.
한편 블룸버그통신은 지난 11일(현지시간) "트럼프의 관세 부과 대상에 정련동(정제 구리)도 포함될 예정"이라고 보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