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더구루=정예린 기자] 동원시스템즈가 중국 정밀기계 업체와 손잡고 미국·유럽에 배터리캔 생산기지를 설립, 국내 배터리 3사 공략에 나선다. 국내외 파트너사와의 협력 네트워크를 확대해 해외 진출을 본격화, 글로벌 배터리 공급망 내 입지를 강화할 것으로 기대된다.
22일 선전증권거래소에 따르면 '슬라이크(SLAC, 중국명 斯莱克)'는 전날 동원시스템즈와 합작법인 설립을 위한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고 공시했다. 구체적인 프로젝트와 투자·지분 규모 등은 확정되지 않았지만, 양사는 미국과 유럽 지역에 최소 1개 이상의 합작사를 세우고 원통형·각형 배터리캔을 생산한다.
동원시스템즈와 슬라이크는 양해각서에 합작사가 LG에너지솔루션·삼성SDI·SK온을 일컫는 '한국 3대 배터리 제조사'를 대상으로 사업을 추진한다고 명시했다. 현재 이들 고객사와 공급 협의를 진행하고 있으며, MOU 체결을 계기로 양사가 공동으로 협상에 참여한다는 계획이다.
합작사는 양사의 공동 전담 창구 역할을 맡아 현지에서 고객 발굴, 협상, 운영을 진행한다. 동원시스템즈는 기술·투자 평가와 공장 설계, 기존 고객 네트워크 활용 등 초기 구체화 작업을 담당하고, 슬라이크는 엔지니어링 지원과 제조 공정 관련 기술 자료를 제공한다.
양측은 합작사 설립을 위해 공동 워크그룹을 꾸려 세부 협의에 나선다. 시장조사·입지 검토·재무 타당성 분석·위험성 평가 등을 실시하고 상업화 계획도 마련한다. 합작사 출범 이후에는 영업과 기술개발을 공동을 담당한다. 협력 기간 동안 개발되는 지식재산권은 슬라이크가 보유하고, 이후 개발 기술의 권리 귀속은 합작계약에서 별도 규정한다.
동원시스템즈와 슬라이크는 원통형 배터리캔을 동원시스템즈가 보유한 DWI(드로·월 아이러닝) 기술을 기반으로 만들 예정이다. 각형 배터리캔은 초기에 상대적으로 단순한 DRD(드로·리드로) 기술을 적용한 뒤 기술 준비가 완료되면 DWI 방식으로 전환해 대량 생산에 나선다는 계획이다. DWI 기술은 알루미늄 음료 캔에서 발전한 초박판 성형 방식으로 소재 효율과 대량생산성이 뛰어나다.
동원시스템즈는 슬라이크와의 협력을 통해 해외 시장에서 배터리캔 사업을 본격적으로 확대할 기반을 마련했다. 현지 생산 역량을 구축해 글로벌 수요 증가에 발빠르게 대응하고 비용 경쟁력을 높일 수 있다는 점이 핵심이다. 이는 국내 배터리 3사와의 거래 확대뿐 아니라 향후 해외 완성차·배터리 고객을 직접 공략할 수 있는 발판이 될 전망이다.
1980년 설립된 동원시스템즈는 40년 이상 식음료용 알루미늄 캔과 포장재를 주력으로 생산해온 동원그룹 계열사다. 2020년 이차전지 사업에 진출한 뒤 관련 투자를 강화해왔다. 이듬해 LG에너지솔루션과 삼성SDI 등에 원통형 캔을 납품하던 원통형 배터리캔 제조사 ‘엠케이씨(MKC)’를 인수해 경쟁력을 높였다. 국내에는 경북 칠곡, 충남 아산 등에 생산기지를 두고 있다. 현재 테슬라향 2170(지름 21mm·높이 70mm)과 4680(지름 46mm·높이 80mm) 배터리캔을 생산해 LG에너지솔루션에 납품하고 있다.
원통형 배터리캔 외 초극박 양극박과 파우치형 배터리셀 외장소재 사업을 육성 중이다. 기술력 강화와 국산화 목표를 동시에 추진한다는 방침이다. 지난 3월 열린 ‘인터배터리 2025’에서 자체 개발한 초고강도 양극박과 파우치형 배터리캔 등을 선보인 바 있다.
슬라이크는 2004년 설립된 중국의 정밀 장비 제조 기업으로, 알루미늄 캔과 음료 캔 생산용 고속 설비와 성형 기술을 전문으로 개발한다. 주력 제품은 고속 이지오프닝 캔과 음료 캔 생산 라인으로, 자체 핵심 장비와 검사 시스템을 갖추고 전 세계 20여 개국에 제품을 수출한다. 약 500명의 직원과 108명의 연구 인력을 보유하며, 설계·제작·조립·검사 전 과정을 아우르는 종합 솔루션을 제공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