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더구루=진유진 기자] 오리온이 러시아 세관 당국과 오랜 법정 다툼에서 최종 승소했다. 이번 판결로 오리온은 러시아 세관으로부터 1억300만 루블(약 17억원) 이상의 초과 납부 관세를 돌려받게 됐다. 단순 기업 차원의 승리를 넘어, 러시아에 진출한 한국 기업 전반에 중요한 선례를 남겼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는 평가다.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 중재법원은 10일(현지시간) 세관 당국이 수백 건의 통관 신고서를 수정하고 추가 납부를 요구한 조치를 무효로 판결하며 오리온의 손을 들어줬다.
법원은 러시아 연방 대법원의 기존 판례를 인용, 수입 원재료가 최종 제품에서 차지하는 비중만큼만 로열티를 관세에 포함해야 한다는 '비례 분배 원칙'을 재확인했다. 제조업체가 현지에서 원재료를 조달할 경우 전체 로열티를 관세로 부과할 수 없다는 점을 다시 명문화한 것이다.
이번 소송의 쟁점은 오리온 러시아 법인이 한국 본사에 지급하는 기술·브랜드 로열티를 관세에 포함할지 여부였다. 세관은 로열티 전액을 관세에 반영해야 한다고 주장했지만, 오리온은 상당수 원재료를 현지에서 조달해 모든 로열티가 수입품과 직접 관련되지 않는다고 맞섰다.
실제로 오리온은 지난 2020~2022년 코코아와 탈지분유, 젤라틴 등 제과 원재료를 수입했지만, 상당 부분의 원재료와 포장은 현지에서 조달했다. 2022년 기준, 현지 조달 원재료 비중은 90%를 넘어, 로열티 대부분이 수입 원재료와 직접 관련되지 않았다.
소송은 장기화됐다. 1심에서 오리온이 승소했으나, 항소심에서는 세관이 우세했고 이후 상고심에서 사건이 다시 환송됐다. 법원은 원재료 조달 구조를 정밀 분석한 끝에 로열티 산정 시 수입품 비중을 고려하는 '비례 분배 원칙'을 적용하는 것이 타당하다고 결론 내렸다.
세관은 판결이 과소 계산됐다며 상소 의사를 밝혔지만, 전문가들은 이번 판결이 충분히 법리에 부합해 유지될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있다. 이번 사례는 로열티와 수입 원재료를 둘러싼 분쟁에서 중요한 선례로 작용할 전망이며, 러시아에 진출한 한국 기업들이 관세·로열티 관련 리스크를 관리하는 데 실질적 기준점이 될 것으로 평가된다.
업계 관계자는 "이번 판결은 한국 기업들이 러시아에서 직면할 수 있는 통상 분쟁 대응에 참고할 수 있는 중요한 선례"라며 "향후 계약 구조와 원재료 조달 전략을 수립할 때 실질적 지침이 될 것"이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