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혁신·99% 협업"…AI 시대 韓·대만 '반도체 동반자론'

11일(현지시간) 소부장미래포럼·세미콘타이완 첫 포럼 성황리 종료
황철주 회장 "AI 시대 대응하려면 韓·대만 협력 필수"
소재·장비 검증·인력 교류 등 다양한 아이디어 제안

 

[더구루 타이페이(대만)=오소영 기자] '경쟁자에서 동반자로'


지난 11일(현지시간) 대만 타이베이 난강국제전시관에서 열린 '한국-대만 반도체 경제협력 포럼'에서 양국 반도체 기업인들이 한입모아 강조한 단어는 '협업'이다. 이번 행사는 사단법인 소부장미래포럼과 세미콘타이완이 공동 주최한 첫 포럼이다. 한국 28개사와 대만 기업 107개사 관계자 약 175명이 참석해 반도체 협력 기회에 대한 높은 관심을 보여줬다. '인공지능(AI)'이라는 새로운 흐름과 미·중 간 반도체 패권 경쟁 속에서 반도체 강국인 한국과 대만이 살아남으려면 결국 경쟁을 넘어 협력해야 한다는 데 모두가 공감을 표했다.

 

이날 주제 발표자로 나선 황철주 주성엔지니어링 회장은 "AI 시대에 필요한 반도체를 만들려면 새 재료, 새 기술이 필요하다"며 "두 나라가 협업하지 않는다면 AI 시대의 전자 산업은 성장하기 힘들 것"이라고 힘주어 말했다. 그는 AI 시대 전후로 반도체 기술이 완전히 달라진다고 분석했다. 이전에는 메모리와 로직 반도체 시장이 독립적으로 형성됐지만, AI 시대에는 두 반도체가 합쳐져 동일한 공간에서 같은 환경과 속도로 동작한다고 부연했다.

 

황 회장은 이러한 변화를 건물에 비유했다. 과거 반도체가 정해진 면적에 100채를 지어 하나의 마을을 형성하는 개념이었다면, 이제는 100가구가 모인 아파트 한 동을 만들어야 한다는 설명이다. 반도체 개념 자체가 달라지면서 소재와 제조 기술의 혁신이 무엇보다 중요해졌고, 이는 한국과 대만의 협업을 촉진할 기회가 되고 있다고 덧붙였다.

 

황 회장은 한국과 대만이 역사적·환경적으로 많은 공통점을 가진다고 진단했다. 양국은 천연자원 없이 자유무역 체제 속에서 눈부신 성장을 이뤘다. 하지만 최근 미국을 중심으로 자국 우선주의가 거세지고 자원 무기화가 확산되며 기업인이 체감하는 경영 환경은 훨씬 어려워졌다. 기업하기 힘든 때일수록 공통점이 많은 두 나라가 힘을 합쳐야 한다는 것이 황 회장의 설명이다.

 

황 회장은 '99% 협업론'을 제안했다. 1%의 혁신을 각 기업이 하고 남은 99%를 협업으로 채우자는 주장이다. 황 회장은 "아무리 훌륭한 발명가나 위대한 혁신도 99% 이상은 이미 다른 사람이 알고 있는 내용과 다른 사람이 만든 결과물에 기반한다"라며 "1% 혁신을 각자하고 99%를 협업해 100% 만들 때 성장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99% 협업은) 나의 고생과 회사의 비용을 줄이는 일이며 결코 양국 기업에 불이익이 되지 않을 것"이라며 "AI 시대에 사람이 AI보다 더 많이 알 순 없지만 먼저 더 잘할 수 있으며 '먼저 잘하는 경쟁력'은 99%의 협업을 통해 가능하다"고 강조했다.

 

이어진 패널 토의에선 △양국 반도체 공급망의 현재와 강점 △기술 협력을 통한 시너지와 글로벌 공급망 불확실성에 대응할 전략 △제도적 지원 방안에 대한 심도있는 논의가 이어졌다. 정기로 AP시스템 회장과 조비린 플레이나이트라이드 총경리는 한국과 대만 반도체 산업이 '상호 보안 관계'에 있다는 공통된 평가를 내놓았다. 전통적인 메모리 강국인 한국은 생산원가 절감을 위해 장비 국산화에 매진했다. 전·후공정에서 다양한 장비 포트폴리오를 보유했다. 반면 대만은 파운드리와 패키징에 강점을 보유하고 있다. 양국의 경쟁력을 살려 부족한 점을 메울 수 있다는 설명이다.

 

이준혁 동진세미켐 회장은 "저희가 20년 걸렸던 걸 중국이 10년 안에 해내고 있다"며 "양국이 상호 협력하면서 체력을 키워나가야 한다"고 밝혔다. 이어 "소재나 장비의 공동 검증이 소부장 협력의 첫 단계가 될 수 있다"고 제시했다. 이종우 제우스 대표이사는 정부 지원이 뒷받침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대표는 "인적 교류는 민간 기업이 하기 쉽지 않으면 정부가 나서줘야 한다"며 "공동 연구·개발(R&D) 또한 정부 차원에서 같은 주제로 과제를 발굴할 수 있으며 정부가 나서주면 기업은 따라갈 의지가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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