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더구루=길소연 기자] 한국과 말레이시아가 상호 신뢰를 기반으로 한 국방 파트너십을 공식화했다. 인공지능(AI) 기반 국방 협력의 중요성과 미래 안보 형성에 있어 첨단 기술에 대한 역할의 중요성에 의견을 같이하며 양국간 파트너십 강화를 약속했다.
23일 주말레이시아 대한민국 대사관과 말레이시아 국영 통신사 베르마마(Bernama)에 따르면 전날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프르에서 제3회 한-말레이시아 방위산업 세미나가 개최됐다.
이번 행사에는 권대원 합동참모차장과 모하메드 칼레드 노르딘(Mohamed Khaled Nordin) 말레이시아 국방부장관을 포함한 양국 국방 및 방산 당국 관계자가 참석했다. 한국항공우주산업(KAI)와 한화에어로스페이스, 한화시스템, 한화오션, LIG넥스원, 현대로템, HD현대중공업 등 우리 주요 방산기업과 말레이시아 방산기업 20여개, 학계 인사 등 약 150여명이 참석했다.
이날 여승배 주말레이시아 한국대사는 "한국과 말레이시아가 상호 신뢰를 기반으로 국방 협력을 성공적으로 제도화했으며, AI가 새로운 협력 동력으로 부상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올해 세미나의 주제는 AI 기반 국방 협력의 중요성과 미래 안보 형성에 있어 첨단 기술의 역할"이라며 "한국과 말레이시아 방산업체 간 더욱 강화된 네트워크를 구축해 현지 투자, 기술 이전, 그리고 상호 이해 증진을 촉진하고 말레이시아 방위산업 성장에 기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올해 세미나는 2023년 KAI의 1조2000억원 규모 FA-50 수출과 2022년부터 논의해온 LIG넥스원의 해궁 미사일 체계 수출 마케팅 등 양국 국방 협력이 확대되는 상황에서 개최됐다.
여 대사는 "한국의 방위산업은 AI 기반 기술 분야에서 뛰어난 역량을 보유하고 있다"며 "(한국 기술을 바탕으로) 양국 간 미래지향적 파트너십을 더욱 강화할 수 있을 것"이라고 협력 요청의 뜻을 전했다.
이날 행사에 참석한 한국 주요 방산업체들 모두 말레이시아 방산 시장을 정조준하고 있다. 이를 위해 자사의 AI 역량을 소개하고 말레이시아와의 협력 강화에 대한 의지를 재확인했다.
KAI는 경공격기 FA-50 2차 수출을 기대하고 있다. 말레이시아는 2023년 1차 사업으로 FA-50 18기를 구매한데 이어 2차 도입을 추진 중이다. 2차 사업은 1차와 동일한 18기 규모로 진행될 예정이나 말레이시아 국방장관이 18기로는 충분하지 않아 추가로 다목적 전투기를 확보해야 한다고 주장해 추가 수출이 기대된다. <본보 2025년 9월 9일 참고 말레이시아 국방장관 "KAI FA-50 18대 도입만으로는 부족"…추가수출 청신호>
말레이시아 주력 전투기의 대체기로 한국형 초음속 전투기 'KF-21'도 거론되고 있다. KF-21은 뛰어난 성능과 합리적인 가격을 바탕으로 유력한 후보로 떠올랐다.
LIG넥스원은 대공유도무기 '해궁' 수출이 유력시되고 있다. 말레이시아 왕립 해군은 해궁 도입을 두고 막바지 검토 중이다. 해궁은 국내 기술로 개발한 함정 방어무기다. 튀르키예 방산업체가 건조하는 연안임무함(LMS) 3척에 탑재할 전망이다. <본보 2024년 6월 13일 참고 [단독] 말레이시아, LIG넥스원 해궁 도입 '9부 능선'>
LIG넥스원은 2022년부터 말레이시아 방산전시회(DSA)와 동남아시아 최대 해양·항공 방산전시회(LIMA) 등에 참가했다. 함대공 유도무기 '해궁' 를 포함해 △중거리 지대공 유도무기 '천궁-II' △대전차 유도무기 '현궁' △휴대용 지대공 유도무기 '신궁' △130㎜ 유도로켓’ △함대함 유도무기 '해성' 등의 수주 마케팅을 지속 추진해왔다.
LIG넥스원과 한화시스템은 말레이시아 해군 호위함 현대화 사업에도 참여한다. 말레이시아가 국방력 강화를 위해 군 현대화 사업을 추진하는데 LIG넥스원과 한화시스템의 무기치계로 해군력을 증강한다.
말레이시아 밀리터리팁스터가 소셜미디어 엑스(X)에 공개한 전투 시스템 탑재 조감도에 따르면 함정 전투체계로 △LIG넥스원의 중거리 함대공 미사일 '해궁'(K-SAAM) △한화시스템 함정전투체계(CMS) △한국형 수직발사체계(K-VLS) △노르웨이 콩스버그(Kongsberg) 해군 타격 미사일(NSM) 등이 있다. <본보 2025년 6월 19일 참고 [단독] LIG넥스원·한화시스템, 말레이시아 해군 호위함 현대화 사업 참여>
HD현대중공업은 말레이시아 차세대 군함 입찰을 앞두고 현지 기업과 협력을 강화하고 있다. 말레이시아 방산 시장을 개척하고 파트너사를 발굴하기 위한 지원 방안을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본보 2025년 8월 20일 참고 말레이시아 함정 '정조준' HD현대중공업, 현지 파트너사와 수주 방안 강구>
현대로템은 AI 기반 다목적 무인지상전투차량 'HR-셰르파'(HR-SHERPA)를 비롯해 상륙작전에 특화된 유무인 복합체계(MUM-T) 역량을 소개한 것으로 전해진다. 현대로템은 'HR-셰르파'(HR-SHERPA)를 2018년 처음 선보인 후 2024년 4세대 모델로 성능개량을 이어가는 등 무인화 기술력을 향상시키고 있다. 현대로템은 35억 링깃(약 1조1200억원) 규모 말레이시아 페낭 경전철(LRT) 사업에도 도전 중이다. <본보 2025년 6월 25일 참고 [단독] 현대로템, '수주 동시에' 말레이시아 전동차 생산공장 추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