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HEV 배신’…“CO₂ 배출량, 실험실선 75% 감소 실제 19% 그쳐”

PHEV CO₂ 실제 배출량, 제조사 시험의 4.9배
EV 모드 주행비율 27% 불과…내연기관 개입 잦아

 

[더구루=김은비 기자] 플러그인 하이브리드차(PHEV)가 실제 주행 시 배출하는 이산화탄소(CO₂)량이 제조사 공식 시험치의 5배에 달한다는 조사결과가 나왔다. 제조사들이 내세운 ‘저탄소 차량’ 이미지가 사실상 왜곡됐다는 조사 결과에 업계 관심이 주목된다.

 

20일 벨기에 환경단체 트랜스포트앤드엔바이런먼트(Transport & Environment, 이하 T&E)에 따르면 유럽 내 등록된 PHEV 차량의 실제 CO₂ 배출량이 공식 시험치(WLTP) 4.9배에 달했다. 이 조사는 T&E가 지난 2021~2023년 유럽 내 판매된 80만대 PHEV 데이터를 기반으로 3년간의 실제 주행 배출량을 분석한 것이다.

 

이번 조사는 기존 완성차 제조사가 가솔린·디젤차 대비 75%의 배출 저감을 주장한 것과 대치되는 내용으로, 업계 관심이 주목되고 있다. 실제 저감률은 고작 19%에 그쳐, 사실상 내연기관차와 다를 바 없는 수준이라는 것이다.

 

이 같은 결과는 시험 조건과 실제 운행 환경 간 차이에서 비롯된 것으로 분석된다. 제조사들은 PHEV의 전기모드 주행 비율을 84%로 가정해 측정하지만, 실제 주행에서는 27%에 불과했다.

 

더욱이 전기모드 상태에서도 내연기관이 자주 개입해 주행거리의 약 3분의 1은 화석연료를 연소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이로 인해 운전자는 전기모드 주행 중에도 연간 약 250유로(약 40만 원)의 추가 연료비를 부담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제조사별로는 메르세데스-벤츠의 공식 시험치 대비 실제 주행 시 CO₂ 배출량이 약 480~490%로 가장 컸다. 현대차·기아, 토요타, 닛산, 포드 등을 포함한 ‘기타(Others)’ 그룹도 약 350% 수준의 괴리를 보였다. 르노그룹은 320%, 폭스바겐과 스텔란티스는 각각 300% 안팎으로 뒤를 이었다.

 

전문가들은 이번 보고서가 PHEV의 ‘친환경 프레임’을 근본적으로 흔들 계기가 될 것으로 보고 있다. 특히 유럽연합(EU)이 오는 2035년부터 내연기관 신차 판매를 금지하기로 한 가운데, PHEV를 ‘과도기적 대안’으로 인정해온 기존 정책 기조에도 변화가 불가피하다는 분석이다.

 

업계 관계자는 “PHEV는 전동화 전환의 완충 역할을 맡아왔지만, 이번 조사로 저탄소 전략의 실효성 논란이 불가피하다"라며 "공식 시험과 현실의 괴리가 커지는 것은 심각한 문제"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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