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구루=정예린 기자] 영국이 노후 전력망 교체와 재생에너지·데이터센터 확산에 대응해 전력 인프라 투자를 확대하면서 변압기 관련 부품 수요가 증가하고 있다. 대형 프로젝트 중심의 조달 구조가 강화되면서 고효율·고신뢰성 부품을 보유한 국내 기업의 공급 기회가 확대될 것으로 기대된다.
25일 시장조사기관 '유로모니터'에 따르면 영국의 전동기·발전기·변압기 시장 규모는 2024년 기준 73억500만 달러로 전년 대비 11.6% 증가했다. 해당 시장은 2029년까지 연평균 5.3% 성장할 것으로 예상되며, 서유럽에서는 독일·스페인·이탈리아에 이어 네 번째로 큰 규모다.
변압기 및 관련 부품 수입 통계에서도 변화가 나타났다. HS코드 8504.90 기준 작년 영국의 전체 수입액은 3억3652만 달러로 전년 대비 24.3% 감소했다. 시장이 소형 제품 중심에서 고효율·고사양 대형 설비 중심으로 재편되는 과정에서 수입 구조가 조정되고, 원자재 가격 상승과 기존 재고 활용이 맞물린 결과로 분석된다.
다만 한국산 변압기 부품 수입은 증가세를 보였다. 지난해 한국산 수입액은 2501만6000달러로 전년 대비 55.8% 증가했으며, 수입 비중은 7.4%로 확대돼 2023년 1% 내외 수준에서 크게 높아졌다.
이러한 흐름은 한국 기업의 실제 조달 참여 확대와 맞물려 있다. 효성중공업, HD현대일렉트릭, 일진전기 등 한국 기업이 영국 전력망 관련 대형 프로젝트를 잇달아 수주하면서 변압기 본체뿐 아니라 코어·권선·절연 부품 등 연관 부품 공급이 함께 늘어난 것으로 풀이된다.
국가별로 보면 중국이 22.5%로 가장 높은 비중을 차지했고 독일(12.2%), 이탈리아(11.0%)가 뒤를 이었다. 루마니아와 튀르키예 등 일부 국가도 증가율 기준으로는 높은 수치를 기록했으나, 절대 수입 규모와 시장 내 비중에서는 한국과 차이를 보였다.
영국 변압기 및 부품 수요 확대의 배경에는 전력망의 구조적 노후화가 자리하고 있다. 영국 전력망에는 평균 60년 이상 사용된 변압기가 광범위하게 분포해 있으며, 일부 설비는 설치 시점이 1950년대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영국 전력 시스템 운영기관인 NESO는 ‘비욘드 2030’ 보고서에서 넷제로 목표 달성을 위해 노후 변압기를 포함한 전략 자산의 현대화와 교체가 필수적이라고 밝혔다. 재생에너지 수용 확대를 위해 약 580억 파운드 규모의 전력망 투자가 필요하다는 점도 함께 제시됐다.
정책적으로도 전력망 확충이 가속되고 있다. 영국 정부는 ‘2030 청정 전력 이행계획’을 통해 2030년까지 전체 발전량의 최소 95%를 청정에너지로 전환하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이를 위해 2025년부터 2030년까지 연평균 약 400억 파운드를 전력망과 재생에너지 인프라 전반에 투입할 계획이다.
재생에너지 연계 확대와 함께 송전망 투자도 본격화되고 있다. 내셔널그리드 등 주요 송전망 사업자들은 2026년부터 2031년까지 최대 774억 파운드 규모의 송전망 투자 계획을 발표했으며, 이 과정에서 고효율 변압기와 핵심 부품 조달 수요가 동시에 확대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