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구루=길소연 기자] 한화디펜스가 3조원 규모의 인도 정부 대공무기체계 '비호복합' 수출에 비상등이 켜졌다. 경쟁국인 러시아의 문제제기로 계약 재검토에 돌입했기 때문이다.
26일 업계에 따르면 인도 국방부(MoD)는 최근 한국과 러시아가 경쟁하는 '자율방공포미사일시스템(SPAD-GMS)' 사업자 선정 절차 전반에 대한 검토를 내부 독립감시기구에 맡기기로 했다.
러시아 업체를 제치고 성능 테스트 과정에 유일하게 참여한 한화디펜스 입장에서는 대형 악재를 맞이한 셈이다. 인도 국방부가 재검토 절차를 밟는 것은 지속적으로 문제를 제기한 러시아 측의 입장을 반영한 조치다.
그동안 인도 정부는 러시아와 한국산 대공 무기 수입을 놓고 막판 저울질을 해왔다. 한화디펜스가 K-30 비호복합으로 러시아 퉁구스카 M1과 판치르를 제치고 인도군의 단거리 대공유도무기 도입 사업에서 유일하게 성능 테스트를 통과해 우선 협상자 선정을 기다리고 있지만 경쟁국인 러시아 태클로 다음 단계로 넘어가지 못하고 있다.
지난 2월 초 인도 러크나우(Lucknow)에서 열리는 국제 방산 전시회 '디펙스포(DefExpo) 2020'에서 최종 계약자 선정 발표할 것으로 예상했으나 이마저도 러시아 반발로 보류됐다.
한화디펜스 비호복합체계는 K-30 비호(자주 대공포)에 지대공 유도무기 신궁을 탑재한 이동식 대공 무기다. 저고도로 침투하는 적 항공기나 헬리콥터를 요격하는 무기 체계로 드론 공격 등을 막는데 특히 효과적인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러시아는 성능 테스트 실패 후 한화디펜스의 비호복합의 업그레이드가 필요하다고 지적하며 태클을 걸고 있다. 지금보다 한 세대 앞서 나온 모델이라 기술 보완이 필요하다는 주장이다.
또한 러시아는 인도의 '메이크 인 인디아' 프로그램의 프레임 워크에서 기술 이전 및 일부 구성 요소의 생산을 제안하며 인도에 서비스 센터를 설립하도록 제안했다. 그러면서 더 넓은 방공 네트워크에 쉽게 통합될 수 있으며 인도가 요청한 S-400 방공 미사일 시스템과 함께 작동 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업계 관계자는 "러시아는 중동에서의 성공적인 전투 경험을 바탕으로 판치르 시스템을 인도에 충분히 기술적으로 적응시키고 이미 다른 고객들과 완벽히 결합한 강력한 정비지원망을 구축해 나가는 것을 적극 어필하고 있다"고 말했다.
러시아의 태클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지난 2018년 시험 평가 탈락 후 인도 뉴델리에서 열린 인도-러시아 정부 간 군사기술 협력회의에서 세르게이 쇼이구 러시아 국방장관을 통해 공개적으로 불쾌감을 표시한 바 있다. 당시 쇼이구 장관은 "인도 군 당국이 의도적으로 적절한 시험평가를 진행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러시아 국방부와 업체는 인도 국방부에 성능 평가의 재평가를 요구하는 서한도 보냈다.
업계는 러시아산 무기를 상당수 배치한 인도가 러시아와의 관계 악화를 부담으로 작용해 한화디펜스와의 계약을 망설이고 있다는 분석이다. 인도 정부 내 친러 세력이 원점 재검토까지 주장하고 있어 1년 넘게 끌어온 수주 계약이 최종 무산될 가능성도 적지 않다는 주장도 제기된다.
한화디펜스 관계자는 "2018년 10월 인도 국방부에서 시험평가 합격 및 가격 협상 대상장비 선정 통지 이후 우선협상 대상자 선정을 기다리고 있다"면서도 "감사 관련 내용은 인도 국방부 내부 사정으로 확인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한편, 인도군은 차기 대공포 사업을 추진 중이다. 소련제 ZSU-23-2, ZSU-23-4, 보포스 1920문을 단계적으로 교체하고 있다. 인도군은 새롭게 도입할 대공 무기 체계로 5개 연대를 꾸릴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