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구루=오소영 기자] 인도네시아 투자조정청(BKPM)이 두 기업과 배터리 투자 계약을 체결했다고 밝힌 가운데 현대자동차와 LG화학이 거론되고 있다. 양사가 배터리 합작 공장 유력 부지로 현대차의 완성차 생산설비가 들어설 인니를 검토해와서다. 배터리를 현지에서 생산해 아세안 최대 자동차 시장인 인니에서 입지를 확대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바흐릴 라하달리아 인니 투자조정청장은 지난 14일(현지시간) 인니 매체 에코노미(Ekonomi)와의 인터뷰에서 "두 대기업과 배터리 공장 투자 계약에 서명했다"며 "내년부터 투자가 실행될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70조 루피아(약 5조5000억원)와 100조 루피아(약7조9000억원) 사이의 규모"라며 "다만 회사명을 언급하지 않기로 약속했다"고 덧붙였다.
라하딜리아 투자조정청장이 계약 체결 사실을 밝히며 업계의 관심은 인니에 쏠리고 있다. 투자 회사는 공개되지 않았지만 현지 매체는 현대차와 LG화학을 유력한 후보로 보고 있다. 양사는 인니에 배터리 합작 공장 설립을 검토해왔다. 배터리 셀과 팩, 시스템을 제조할 수 있는 공장으로 현대차가 51%, LG화학이 49% 지분을 보유할 것으로 알려졌다.
인니 정부도 양사와 여러 차례 접촉하며 투자를 요청해왔다. 아구스 구미왕 카르타사스미타 인니 산업부 장관은 작년 11월 LG화학을 방문해 배터리 분야의 투자를 논의했다. 조코 위도도 대통령도 같은 달 '한국-아세안 특별정상회의' 참석을 위해 방한해 현대차 울산 공장을 찾았다. 지난 4월에는 에릭 또히르 국영기업부 장관과 라하달리아 투자조정청장이 LG화학 경영진과 면담을 가졌다.
현지 정부가 양사의 행보에 높은 관심을 보이며 인니 투자는 가시화되고 있다. 인니는 아세안 최대 자동차 시장이다. 2026년 약 450만대로 성장할 것으로 예상된다.
LG화학과 현대차는 인니에서 만든 배터리를 현지 완성차 생산기지에 공급해 시너지를 낼 수 있다. 현대차는 작년 11월 인니 정부와 투자 협약을 체결하고 서부자바주 브카시 델타마스공단에 공장을 짓고 있다. 연간 15만대 규모로 2021년 말부터 생산을 시작할 예정이다.
한편, LG화학 관계자는 "다양한 전략적인 방안을 두고 검토하고 있지만 확정된 바는 없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