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구루=오소영 기자] 루훗 판자이탄 인도네시아 해양투자조정장관이 전기차 배터리 투자사로 LG화학을 언급하며 LG화학과 현대자동차의 합작 공장 설립이 가시화되고 있다. 미래 배터리로 꼽히는 NCM811의 양산을 추진하며 인니 전기차 시장에 본격 진출한다.
16일 리퍼블리카(Republika) 등 인니 매체에 따르면 판자이탄 장관은 "LG화학, CATL과 배터리 (투자 계약)을 체결했다"며 "우리의 제안이 이뤄졌다"고 밝혔다. 이어 "프로젝트 규모와 일정, 투자, 인센티브까지 모두 준비가 됐다"며 "2024년까지 리튬이온 배터리를 생산할 계획이고 (NCM)811이 제조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판자이탄 장관의 발언으로 LG화학의 투자는 기정사실로 되고 있다. 앞서 바흐릴 라하달리아 인니 투자조정청장도 "두 대기업과 배터리 공장 투자 계약을 체결했으며 내년부터 투자가 실행된다"라고 밝힌 바 있다. 라하달리아 투자조정청장은 회사 이름을 밝히기 꺼려했지만 현지에서는 LG화학을 유력 투자자로 거론했다. <본보 2020년 9월 15일 참고 인니 투자청 "글로벌 기업 2곳과 배터리 투자협정 체결"…'현대차‧LG 합작사' 포함된 듯>
LG화학은 현대차와 배터리 셀과 팩, 시스템을 만들 수 있는 합작 공장을 모색해왔다. 특히 차세대 배터리로 꼽히는 NCM811 생산을 추진해 인니 공장의 위상은 더욱 높아질 전망이다. NCM811은 니켈과 코발트, 망간을 각각 80%, 10%, 10% 비율로 넣어 기존 배터리 대비 니켈 함량을 높인 제품이다. 니켈 비중이 증가한 만큼 에너지 밀도가 높아지고 주행거리가 늘어난다.
LG화학은 NCM811 양산 기술을 보유하고 있다. 2018년 전기버스용으로 양산해 고객사에 제공했으며 테슬라의 대항마로 불리는 미국 루시드모터스에도 NCM811을 공급한다.
합작 공장에서 만들어지는 NCM811은 현대차가 인니에 짓고 있는 완성차 생산기지에 납품할 가능성이 높다. 현대차는 내년 말부터 인니에서 완성차를 우선 생산하되 충전소 등 인프라를 고려해 전기차를 만들 수 있다고 밝혀왔다.
현대차는 LG화학의 주요 고객사다. 지난 6월에는 두 그룹의 수장이 만나 전기차 협력을 논의했다. 정의선 현대차 수석부회장과 구광모 LG그룹 회장은 LG화학 오창 공장을 찾아 배터리 생산 현장을 둘러보고 협력을 협의했다. 정 부회장은 전고체 배터리, 장수명 배터리 등 LG화학의 미래 기술에 높은 관심을 보였다. 양사가 전기차 동맹을 강화하는 가운데 인니 공장을 통해 정점을 찍을 것으로 관측된다.
합작 공장을 토대로 현대차는 인니 전기차 시장에 가세한다. 이영택 현대차 아·태권역본부장은 지난달 판자이탄 장관을 만나 아이오닉 일렉트릭과 코나 일렉트릭을 소개하고 인니 진출 의지를 피력했다. <본보 2020년 8월 17일 참고 현대차, 인니장관에 아이오닉·코나EV 소개…전기차 힘 싣는다>
인니는 2030년 '전기차 산업 허브'를 목표로 관련 산업을 육성하고자 정부 차원에서 각종 지원을 아끼지 않고 있다. 쇼핑몰을 비롯해 공공장소에 충전소를 갖추고 발리섬과 자바섬 등에서 전기 오토바이 시범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전기차 부품과 배터리 공장 등 인프라 개발업자와 전기차 구매자에 대한 대출 규제도 완화했다.
한편, LG화학은 투자를 검토하고 있지만 확정되진 않았다는 입장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