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구루=오소영 기자] 미국 상원의원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참석한 행사에서 LG화학과 제너럴모터스(GM)의 합작 투자를 공개적으로 칭찬했다. SK이노베이션과의 전기차 배터리 영업비밀 침해 소송이 내달 최종 결론을 앞둔 가운데 현지 의원이 LG화학의 일자리 기여도를 호평하며 소송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롭 포트몬 오하이오 상원의원은 지난 28일(현지시간) 워싱턴주 백악관에서 열린 로즈타운 모터스의 전기트럭 '인듀어런스(Endurance)' 공개 행사에서 LG화학과 GM의 합작 투자를 언급했다.
로즈타운 모터스는 미국 에너지 회사 워크호스의 전 CEO인 스티브 번스가 설립한 회사다. GM 공장을 사들여 픽업 트럭을 개발해 이날 공개 행사를 열었다. 행사에는 트럼프 대통령과 번스 CEO가 참석했다.
포트몬 의원은 "GM이 공장 철수를 결정했을 때 1500명의 노동자들이 실직했지만 지금 우리는 이곳을 '볼티지 밸리(Voltage Valley)'라고 부른다"며 "(로즈타운 모터스의) 전기트럭이 과거 GM 공장에서 생산될 뿐 아니라 공장 옆에 LG화학과 배터리의 합작 회사가 건설되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그들(LG화학과 GM)은 올해 1100명을 고용할 계획이다"라고 덧붙였다.
포트몬 의원은 로즈타운 모터스와 LG화학, GM의 투자를 '매우 흥미로운 일'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전기차와 배터리 공장의 결합으로 (실직자와) 거의 유사한 수의 일자리를 만들었으며 동시에 우리의 미래는 흥미로워졌다"며 "더 많은 전기차와 관련 회사를 유치하게 됐고 영스타운 대학은 적극적으로 전기차 기술 교육을 제공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포트몬 의원이 백악관 행사에서 LG화학과 GM의 일자리 창출 노력을 높이 평가하며 SK이노베이션과의 소송에도 변수가 될 전망이다.
미국 국제무역위원회(ITC)는 내달 26일 LG화학과 SK이노베이션의 배터리 영업비밀 침해 소송에 대한 최종 판결을 내릴 예정이다. ITC는 지난 2월 SK이노베이션의 조기 패소 판결 결정을 내린 바 있다. SK이노베이션이 증거 훼손과 포렌식 명령 위반 등을 문제 삼았다.
내달 최종 판결을 앞두고 일각에서는 ITC가 패소 결정을 내리더라도 트럼프 대통령이 거부권을 낼 수 있다는 관측이 제기됐다. 트럼프 대통령이 재선을 노리고 있어 SK이노베이션의 미국 투자를 고려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하지만 포트몬 의원의 발언을 감안하면 거부권 행사 가능성이 낮다는 분석도 나온다. 미국 정부에서 LG화학의 일자리 기여도를 높이 평가하고 있다는 사실이 확인된 만큼 ITC의 패소 판결을 거부하기 어려워서다.
업계 관계자는 "거부권을 행사하려면 공공의 이익을 저해하는 경우여야 하는데 미국에서 LG화학의 투자를 긍정적으로 평가하고 있다"며 "특히 트럼프 대통령이 행사한 자리에서 현지 상원의원이 좋은 사례로 LG화학과 GM의 투자를 언급한 건 LG화학에게 좋은 신호다"라고 밝혔다.
한편, LG화학과 GM은 지난 7월 오하이오주 로즈타운에 배터리 공장을 착공했다. 양사가 절반씩 지분을 나눠갖고 각각 1조원씩 출자한다. 공장이 완공되면 연간 30GWh 이상의 배터리 생산이 가능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