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구루=윤진웅 기자] 기아 유럽 생산기지인 슬로바키아 공장이 반도체 부족 사태로 멈춰 선다. 현대차·기아 글로벌 생산기지 가운데 전 세계에서 불거지고 있는 반도체 부족 여파에 따른 첫번째 '셧다운'이다.
특히 현대차그룹 차원에서 수급 문제를 예측하고 대비했으나 글로벌 반도체 부족 사태에서 비켜서지 못했다. 당분간 반도체 수급 불균형이 이어질 것으로 전망, 현대차·기아 글로벌 생산 계획에 차질도 우려된다.
기아 슬로바키아법인(KMS)은 오는 19일 슬로바키아 질리나공장 가동을 중단하기로 했다고 16일(현지시간) 밝혔다. 이와 관련 KMS측은 "자동차 생산을 위한 반도체 공급 중단 가능성으로 (19일) 하루 동안 공장 가동을 중단하기로 했다"며 "안정적인 생산을 유지하기 위해 상황을 면밀히 모니터링하고 공급 업체와 협의도 이어가고 있다"고 전했다.
수급 문제가 장기화될 경우 슬로바이카 질리나 공장 정상화 전략에 차질을 빚을 것으로 보인다. 질리나 공장의 지난해 생산량은 27만5000여대로 전년(34만4000대) 대비 20% 급감했다. 이에 따라 연초 기아는 질리나 공장에 1000억원을 투입하는 등 생산 확대에 드라이브를 걸고 있다.
특히 그룹 차원에서 반도체 부족 사태를 미리 예상하고 다양하게 대응했으나 유럽 지역의 반도체 부족 현상이 심각한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현대차·기아는 코로나19 대유행 당시 반도체 부족을 예측, 매입을 급격하게 늘리며 비축에 나서 반도체 공급 부족으로 위기를 겪는 GM 등 글로벌 완성차 브랜드와 달리 수급 문제를 걱정하지 않아도 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했었다.
칩 부족 문제는 지난해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줄어든 자동차 수요에 따라 반도체 업체들이 봉쇄조치와 재택근무 확산의 수혜를 입은 정보기술(IT) 관련 반도체 제품 생산으로 눈을 돌렸기 때문이다. 여기에 코로나19로 소비 위축을 우려한 완성차 업체 대부분이 부품 재고를 낮게 유지하기 위해 부품 주문을 줄였던 것도 생산 차질 사태를 키웠다.
반도체 공급 차질로 인해 1분기 전 세계 자동차 생산이 약 100만대 줄어들 것으로 업계는 분석하고 있다. 자동차 산업 매출 감소액이 올해 610억 달러에 달할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
한편 기아 질리나공장은 유럽 공략 전초기지로 수도인 브라티슬라바에서 북서쪽 200㎞가량 떨어진 질리나주에 있다. 지난 2004년부터 10억 유로(약 1조3630억원)를 투자, 지난 2007년 준공됐다. 단순 조립공장이 아닌 차체와 도장, 엔진공장을 비롯해 주행 테스트장도 갖췄다.